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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컬러로 읽는 서양예술 3만년의 역사

등록 2016-02-18 20:32수정 2016-02-19 21:53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1~4
아르놀트 하우저 지음, 백낙청 등 옮김/창비·각 권 1만8000원

종종 대영박물관이라고 오역되곤 하는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의 도서관은 카를 마르크스가 <자본>을 쓴 곳으로 유명하다. 1973년 도서관이 새 집을 지어 ‘분가’하기 전, 옅은 푸른빛이 감도는 아름다운 로톤다의 열람실은 마르크스 말고도 숱한 사상가와 작가들에게 영감의 원천 혹은 집필의 산실이 되어 주었다. 찰스 디킨스, 토머스 칼라일, 버지니아 울프, 오스카 와일드, 조지 버나드 쇼 등 이 방대한 지식의 보고를 거쳐간 인명록에는 아르놀트 하우저(1892~1978)라는 이름도 적혀 있다.

아르놀트 하우저. 사진 창비 제공
아르놀트 하우저. 사진 창비 제공

세기말 부다페스트에서 독일계 유대인으로 나고 자란 하우저는 젊은 시절 카를 만하임, 죄르지 루카치 등과 어울리며 급진적 변화를 꿈꾸었고, 잠시 혁명 정부에 몸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반혁명에 직면해 고국을 등지고선 이탈리아와 독일 등지를 떠돌았는데, 1938년 당시 머물던 오스트리아마저 히틀러의 수중에 들어가자 런던으로 거처를 옮긴다. 낮엔 영화사에서 일하고 밤엔 도서관을 지키는, 글자 그대로의 ‘주경야독’을 10년간 이어가며 그는 필생의 저작 하나를 완성했다. 그것이 51년 영문판으로 출간된 그의 주저 <예술의 사회사>다. 이 책은 53년 독일어판에서 <예술과 문학의 사회사>로 개칭됐고, 74년 한국어판에서 다시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로 소개됐다.

하우저는 선사 시대 동굴벽화에서 20세기 초 에이젠시테인에 이르는, 근 3만여년에 걸친 서양 예술사를 마르크시스트의 관점에서 정리하고 있다. 저자 서문이 따로 없어 집필 의도를 글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는 예술의 사조나 형식, 작품이 순전히 정신 또는 관념의 산물이라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의 것이든 예술에는 사회경제적 환경이 반영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조야한 유물론의 주장처럼 단순하고 직접적인 반영은 아니다. ‘창조적 개인’의 역할이 없다면 예술은 표현도 진화도 가능하지 않다. 또한 예술은 의도하든 않든 다양한 정치적·사회적 목표에 종속될 수 있다. 그래서 예술을 연구한다는 것은 심리학보다는 사회학의 영역이다.

하우저의 견해는 여러 각도에서 비판을 불렀다. <서양미술사>를 쓴 언스트 곰브리치는 ‘변증법적 유물론의 덫’을 놓아 사람들을 환상으로 이끈다고 조롱했고, 소비에트 추종자들은 계급투쟁을 경멸한다고 공격했다. 일반적인 평자들에게선 건축과 음악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뤄졌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온갖 장르를 일관된 ‘사회사’로 서술한 예술의 통사”로서 “오늘도 여전히 이 분야의 고전적 저술 가운데 하나로 꼽”(역자 서문)힌다.

창비의 설명으론, 74년 창비신서 1번으로 나온 이 책의 제4권 ‘현대’ 편이 99년 개정 1판이 나올 때까지 10만부 이상 나갔고, 개정 1판은 전체 4권을 합쳐 10만부 넘게 팔렸다고 한다. 이번에 나온 개정 2판에서는 표지를 바꾸고 500여점에 이르는 다양하고 풍부한 컬러 도판을 추가했다. 이미지와 디자인에 민감한 젊은 독자들을 붙들려는 시도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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