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정치를 종교로 만든 사람들
강준만 지음/인물과사상사·1만5000원 ‘새 정치’도, ‘민주’도 잘 보이지 않던 새정치민주연합이 ‘연합’마저 깨버리던 즈음, ‘친노패권주의’라는 말이 몹시 불편했다. 정책과 노선이 달라서 같은 정당을 못 하겠다는 거야 존중해야겠지만, 친하려야 친할 수 없는 고인의 이름을 무리짓는 데에 써먹는 행태는 도의가 아닌 듯싶었다. <정치를 종교로 만든 사람들: 야당분열, 알고나 욕합시다!>에서 저자 강준만이 밝힌 대로, 스스로 ‘친노’라고 목청 높이는 이는 없으니 그 호칭은 특정인, 혹은 특정 세력을 낙인찍는 공격적인 의도가 담긴 말이다. 해마다 5월이면 광주 망월동과 김해 봉하마을을 찾는 젊은 벗에게 “친노냐” 물었더니, 한 호흡 뒤에 “미노”라는 답이 돌아왔다. ‘싸가지 없는’ 진보·운동권과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는 친노라는 딱지는 사양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 젊은 벗에게, 노무현은 그립고 미안한 대상이지 종교화의 대상은 아니다. 정치를 종교화하고 있다는 비판은, 거대한 동상을 세우고 집단제사를 거행하면서 박정희를 신격화하고 있는 추종세력에게나 어울릴 법하다. 강준만은, ‘왜 호남은 ‘친노’에 등을 돌렸는가?: 호남을 인질로 이용하는 ‘싸가지 없는 진보’’라는 논쟁적 제목으로 첫 장을 시작한다. 그가 쓰는 친노나 진보의 명확한 개념이나 정의가 등장하지 않으니, 호남의 누가 어떤 친노에 등을 돌렸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그는 또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한 분열세력에겐 관대하면서 왜 2016년 안철수는 욕하느냐고 묻는데, 이렇게 돌려서 답하고 싶다. 그때나 지금이나, 지지기반을 넘어 확장하려는 의미로 ‘탈호남’이라고 말하면, 그것을 ‘호남을 넘어서(beyond 호남)’가 아니라 ‘호남 빼고(except 호남)’로 오독 혹은 오도하는 이들이 있다고. 두 가지만 덧붙인다. 인터넷에서 댓글과 조회수는 참고만 해야지 ‘아, 그쪽 사람들은 다 그렇게 생각하나 보다’ 하면 엉뚱한 곳에 가닿을 수 있다. 그리고 책에서 많이 인용한 <한겨레닷컴>은 없다. <인터넷 한겨레>가 있을 뿐.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강준만 지음/인물과사상사·1만5000원 ‘새 정치’도, ‘민주’도 잘 보이지 않던 새정치민주연합이 ‘연합’마저 깨버리던 즈음, ‘친노패권주의’라는 말이 몹시 불편했다. 정책과 노선이 달라서 같은 정당을 못 하겠다는 거야 존중해야겠지만, 친하려야 친할 수 없는 고인의 이름을 무리짓는 데에 써먹는 행태는 도의가 아닌 듯싶었다. <정치를 종교로 만든 사람들: 야당분열, 알고나 욕합시다!>에서 저자 강준만이 밝힌 대로, 스스로 ‘친노’라고 목청 높이는 이는 없으니 그 호칭은 특정인, 혹은 특정 세력을 낙인찍는 공격적인 의도가 담긴 말이다. 해마다 5월이면 광주 망월동과 김해 봉하마을을 찾는 젊은 벗에게 “친노냐” 물었더니, 한 호흡 뒤에 “미노”라는 답이 돌아왔다. ‘싸가지 없는’ 진보·운동권과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는 친노라는 딱지는 사양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 젊은 벗에게, 노무현은 그립고 미안한 대상이지 종교화의 대상은 아니다. 정치를 종교화하고 있다는 비판은, 거대한 동상을 세우고 집단제사를 거행하면서 박정희를 신격화하고 있는 추종세력에게나 어울릴 법하다. 강준만은, ‘왜 호남은 ‘친노’에 등을 돌렸는가?: 호남을 인질로 이용하는 ‘싸가지 없는 진보’’라는 논쟁적 제목으로 첫 장을 시작한다. 그가 쓰는 친노나 진보의 명확한 개념이나 정의가 등장하지 않으니, 호남의 누가 어떤 친노에 등을 돌렸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그는 또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한 분열세력에겐 관대하면서 왜 2016년 안철수는 욕하느냐고 묻는데, 이렇게 돌려서 답하고 싶다. 그때나 지금이나, 지지기반을 넘어 확장하려는 의미로 ‘탈호남’이라고 말하면, 그것을 ‘호남을 넘어서(beyond 호남)’가 아니라 ‘호남 빼고(except 호남)’로 오독 혹은 오도하는 이들이 있다고. 두 가지만 덧붙인다. 인터넷에서 댓글과 조회수는 참고만 해야지 ‘아, 그쪽 사람들은 다 그렇게 생각하나 보다’ 하면 엉뚱한 곳에 가닿을 수 있다. 그리고 책에서 많이 인용한 <한겨레닷컴>은 없다. <인터넷 한겨레>가 있을 뿐.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