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중 지음, 김중석 그림/창비·9800원 소년과 자전거를 소재 삼아 그려낸 풍경화 같은 동화 열세 편이 묶인 책이 나왔다. “창밖은 사월, 춥지도 덥지도 않아 자전거 타기 딱 좋은 계절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연분홍 벚나무 아래를 지나가면 꽃잎이 하늘하늘 자전거를 따라올 것이다.” 책은 어디선가 봄바람을 솔솔 몰고 온다. ‘바람처럼 달렸다’라는 제목처럼 이 책에는 자전거를 지극히 사랑한 소년 동주가 페달을 제힘으로 힘껏 밟으며 달려나간 세상, 친구와 이웃의 이야기가 담겼다. 각각 독립된 에피소드로 구성됐지만 한데 모아보면 소년이 자전거에 올라타고 점점 확장해간 세상이 마음속에 그득하게 들어찬다. 자전거를 향한 소년의 연심이 이야기를 엮어내는 힘이 돼준다. ‘자전거 신의 저주’를 받은 듯 수없이 자전거를 도둑맞는 동주가 쉽게 길들여지지 않는 중고 자전거를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새 중고 덜컥 자전거’나, 자전거 타기 선배 격인 한 아저씨에게 펑크 난 바퀴를 고치는 법을 배우는 ‘내가 하면 천 원, 남이 하면 만 원’에선 한 뼘 자라나는 아이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여자친구와 함께 좋아하는 자전거를 타고 싶은 소년의 ‘두근두근’한 마음을 익살맞게 무너뜨리는 ‘이 인용 자전거’에선 웃음과 함께 소중한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나는 바람이다>, <기찻길 옆 동네>의 작가 김남중은 자전거 안장 위에서 울퉁불퉁한 세상살이를 직접 체험하는 아이의 감정을 생생히 포착해냈다. 제1회 창원아동문학상 수상작으로, 작가가 좀 더 다듬어 내놨다. 더운 날 자전거 위에서 맞는 반가운 바람처럼 선선하게 얹힌 김중석의 그림이 읽는 맛을 더한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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