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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문명이라기보다는 제국의 충돌

등록 2016-03-10 20:23

잠깐독서
충돌하는 제국
리디아 류 지음, 차태근 옮김
글항아리·2만5000원

19세기 유라시아 대륙의 양쪽 끝에선 영국과 중국(청나라)이라는 두 제국이 강성했다. 두 차례의 아편전쟁에서 패배한 청은 홍콩과 주룽 반도를 영국령으로 내주는 굴욕을 겪는다. 중국 출신의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인 지은이가 쓴 <충돌하는 제국>은 이 시기 영국과 중국이 어떻게 맞닥뜨리고 충돌했는지를 들여다본다. 역사학계 일부에선 두 제국의 충돌을 서로 다른 문명 질서가 부딪쳐 서구 문명이 승리한 것으로 해석해왔다. 그러나 지은이는 “충돌하는 것은 문명이 아니라 제국”이라며 “제국 정치학의 본질과 다양한 형식, 영향을 이해하려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새뮤얼 헌팅턴 류의 ‘문명충돌론’은 “제국의 실질적인 욕망을 문명의 차이로 투사한 것”에 불과하다는 거다.

지은이는 두 제국의 역학관계가 결정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정치·외교와 역사, 국제법뿐 아니라, 철학과 기호학, 젠더, 군사, 종교 등 방대한 분야의 인문·사회학 지식을 도구로 삼는다. 예컨대 제2차 아편전쟁 이후 청나라가 서양의 여러 제국과 맺은 불평등 조약인 톈진조약에서 영국이 한자 ‘오랑캐 이(夷)’를 ‘야만인’(barbarian)으로 여겨 사용을 금지했다가 결국 ‘외국인’(foreigner)으로 옮긴 것의 함의를 파악한다.

‘주권 상상’ 개념은 흥미롭다. 명확한 주권에 대한 자각으로 주권의식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각 국가나 민족 구성원이 타 국가나 민족에 대한 상상으로 구성된 주권이 현실적인 주권으로 자리잡는다는 것이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과 청 말기의 자희태후(서태후)에 대한 식민지 피지배자의 이중적 태도에 주목하는 것도 신선하다.

이런 방식은 제국 연구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통찰을 제공하지만, 일반 독자들이 읽기엔 꽤나 난해하다. 상당 수준의 배경 지식을 요구할 뿐 아니라 영어와 중국어로 된 학술 용어와 개념어들을 우리말로 옮긴 부자연스러움도 쉬운 독서를 방해한다. 그런 점에서 번역의 완성도를 평하긴 어렵지만 옮긴이의 노고만큼은 경탄할 만하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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