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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생활인 한대수가 꿈꾸는 ‘행복의 나라’는?

등록 2016-03-10 20:30

바람아, 불어라
한대수 글·사진/북하우스·1만6000원

서울살이 내리 12년째인 ‘생활인’ 한대수씨가 사진 산문집 <바람아, 불어라>를 펴냈다. 한국 최초의 히피, 포크록의 전설로 불리는 그지만 지난해 펴낸 40년 음악인생을 돌아보는 에세이와 사뭇 다른 어조다.

10살 난 딸 양호 아빠로서, 22살 연하 아내 옥사나와의 결혼생활 25년째인 남편으로서, 세계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테러나 전쟁을 뉴스로 목도하는 소시민으로서 일상이 담겼다. 세월호, 메르스 사태, 북한 핵실험, 담뱃값 인상, 세금과 복지 문제, 통일 대박론 등에 대한 ‘세설’이 거침없다. ‘행복의 나라’를 꿈꾸는 자유인인 그 또한 딸이 있고부터는 돈 걱정, 교육 걱정, 전세 걱정을 하면서 산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는 것도 제기랄, 죽는 것도 제기랄”인 자본주의 일상에 짓눌리기는커녕 글 곳곳엔 ‘빵’ 터지는 유머를 탑재했다. “피곤한 일상, 한줄의 농담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같이 좋은 음악은 없다.” 유머는 그가 평생 인생을 공부하면서 추출한 성공의 길 4가지 중 하나다. 약속 지키기, 고맙단 말, 미안하단 말 아끼지 않기와 함께.

‘어렸을 때, 돈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했다. 늙고 보니 그것이 진리라는 것을 깨닫는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옮기며 돈에 대한 얘기를 앞세웠다. 방값, 전기값, 가스값, 물값, 카드비, 유치원 교육비, 보험료, 병원비…, 수입은 한 군데 지출은 10군데란다. 공연 기획도 사진 전시도 결국 돈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돈이란 단어만 집어넣으면 답이 나온다”며 돈에 울고 웃는 에피소드를 펼쳐보인다.

뉴요커로 37년을 산 그에게 한국 집단문화의 폐단은 도드라져 보인다. ‘군대 3개월 복무’를 주장하는 내막은 이렇다. 그가 작곡한 136곡 중 절반이, 히트곡 5곡 중 4곡이 20살 안팎에 만들어졌는데 군대 3년3개월 복무로 음악활동이 꺾였다. 윗사람을 무조건 공경하라는 유교문화도 발전을 가로막는 덕목이라고 본다. 왜 아이 학교 교사한테 자신이 ‘아버님’이라 불려야 하는지, ‘선배님’ ‘어르신’이란 말을 듣기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이런 문화가 주류와 다른 의견을 발 못 붙이게 하고, 교수의 학생 성추행이 다반사로 일어나게 하는 바탕이란 것.

현실 비판에 곁들인 ‘큰곰(자신의 애칭) 제언’을 보자. 초등학교 땐 무조건 놀게 하라. 현실성 없는 문장으로 어렵게 꼬아놓은 초등 2학년 딸의 받아쓰기 문제가 기막히다. 통일 대박이 되려면 남북 합작 투자로 서로 돈벌이를 하고 가족이 왕래할 수 있게 하라.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자충수를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예술성지가 된 미국의 911메모리얼파크처럼 “어린 영혼을 달래며 인재가 다신 있어선 안 된다는 걸 상기시킬” 추모공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늙지 않는 히피정신, 결국 “평화”를 외칠 수밖에 없다. 양호에게 물려줄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서 “착해지자”고 한다. 상대방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 그래야 “너도 살고 나도 산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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