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요즘 한국더러 이스라엘을 닮으라는 주문들이 쏟아진다. 전쟁 각오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선제공격 결의까지 다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얘길 하는 사람들은 알까? 정작 북한이 이미 이스라엘을 빼다박았다는 점을. 3억 이슬람권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처럼 북한 역시 주변국에 포위돼 있으며, 그 결과 이스라엘처럼 핵 개발과 유사시 선제공격의 자유를 확보하려는 경향성을 띤다. 똑같이 선제공격 전략으로 맞서면 어떻게 될까? 공멸, 또는 잃을 게 더 많은 한국의 더 거대한 참화다. 그보다는 북한의 ‘포위심성’ 자체를 약화시키는 게 우리 안보에 가장 유리한 방책이다. 진보진영 대표 안보 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의 <안보전쟁>이 던지는 통찰의 하나다.
어느 때보다 ‘안보’란 말이 넘쳐난다. 상당수엔 무지의 거품, 탐욕의 찌꺼기가 잔뜩 끼었다. 정치적 의도를 앞세우는 집권세력, 조직 보위가 최우선인 군부, 미국 군산복합체와 기생하는 무기상들, 안보상업주의에 찌든 보수언론과 자칭 안보 전문가들. 대북한 공포를 부추기며 ‘안보’를 팔아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이들이야말로 진짜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임을 책은 드러낸다. 사드, 한국형 전투기, 군대폭력 등 다양한 현안 진단을 통해 ‘안보 파멸 세력’의 왜곡된 동거구조를 파헤치며, 한국 안보가 가야 할 방향을 가리킨다.
피폐한 북한은 재래무기보다 상대적으로 돈이 덜 드는 핵 개발이라는 비대칭 전략을 추구한다. 그런데 한국 군부는 수십만 보병은 유지하고, 재래무기는 더 늘리면서, 검증 안 된 사드까지 들여오려고 한다. 희한하게 전작권은 돌려받지 않겠단다. 개발도 완료 안 된 미제 스텔스 전투기를 비싼 값에 사면서 한국형 전투기 개발에 필수적인 기술 이전은 못 따내는 국제 ‘호갱’ 신세다. “전쟁은 장군들에게 맡기기엔 너무 중요한 문제”(조르주 클레망소)라고 했다. 육사 출신들을 안보 정책의 전면에 내세운 채, 국내정치 하듯 국제관계를 다루려는 집권자가 새겨들어야 할 말들이 책에 가득하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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