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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집권자 눈치보며 ‘후진’하는 판결은 대단히 위험”

등록 2016-03-22 18:44

한승헌 전 감사원장. 사진 창비 제공
한승헌 전 감사원장. 사진 창비 제공
한승헌 전 감사원장, 과거사 위헌판결 뒤집는 ‘양승태 사법부’ 비판
법조계 원로인 한승헌(82) 전 감사원장이 22일 이른바 ‘과거사’ 관련 사건 재판에서 ‘양승태 사법부’가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며 퇴행적인 판결을 하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한 전 원장은 자신의 새 책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창비) 출간에 즈음한 기자간담회에서 유신시대 긴급조치와 관련한 대법원의 최근 판결 변화를 지적하며 “사법부 바깥의 정치지형 변화와 집권자의 이해관계, 입장에 상응하는 판결, 눈치를 보고 (그것에) 맞아떨어지게 ‘후진’을 하는 것은 양심과 정의에 어긋나는 대단히 위험스러운 일”이라고 개탄했다.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 출간
“망각 방지 의무로 글쓰기 계속”

대법원은 박정희 정권이 1975년 5월 발동한 긴급조치 9호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어서 위헌·무효라고 2013년 판결했다가, 그 뒤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긴급조치 발령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이므로 정치적 책임은 물을 수 있지만 국민 개개인에 대한 배상 책임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잇따라 판결해왔다.

이를 두고 한 전 원장은 “대법원 스스로 위헌이라고 했던 판결을 뒤집어 개별 국민에게 배상의무가 없다는 퇴행적 판결을 하니 하급심 판사들이 반기를 들고 있지 않느냐. 광주, 서울 등 여러 곳에서 있었다. (그래서) 대법원이 국민의 눈에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한 전 원장은 사법부의 퇴행 원인과 관련해 “양승태 대법원장이 법관들을 향해 ‘얕은 정의감이나 설익은 신조를 양심으로 내세우다가는 오히려 재판의 독립이 저해될 수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라’고 하고, 대법관 중에 누구도 ‘(하급심 판사들이) 선배 법관들을 곤란하게 만들면 안 된다’고 말한 것은 대법원이 하급심의 전향적인 판결을 억제하겠다는 뜻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사법권의 독립에는) 대법원장이 어떤 분이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전 원장은 “과거 사법부의 오판은 타율적인 것이었다.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출근하고, 상주하고, 법정에 들어오고 해서 외부의 간섭이 눈에 보였다. (그러니) ‘사법권 침해다’라고 ‘외부의 힘’을 들어 변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외부의 힘이 없어도 오판이 나타나고 있다. 사법부 스스로 권력지향적이 되고, (법관들이) 일신의 영달을 꾀하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렇게 되면 사법부가 ‘권력의 편’이 아니라 ‘나도 권력자’라고 선언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 전 원장은 ‘너무 늦어진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을 인용하면서 “재판이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불의를 포장해주는 구실을 하고, 재판이 끝났는데 심판은 끝나지 않았다고 하는 사건이 너무 많은 것이 우리 현실”이라며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너무 쉽게 잊는다는 것이다. 망각을 방지하는 의무, 이것이 내가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소임”이라고 했다.

한 전 원장의 새 책은 여운형 암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까지, 자신이 직접 관여했거나 수사·공판 기록을 꼼꼼히 재구성한 17개 사건 재판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그는 “이 책이 아무쪼록 역사를 올바르게 보는 렌즈의 역할, 그 실마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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