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5·18 상흔 남은 이들이 떠난 꿈 여행

등록 2016-03-24 20:15수정 2016-03-25 11:24

잠깐독서
꿈에게 길을 묻다
고혜경 지음/나무연필·1만5000원

“잠결에 무언가가 배로 올라와서 목을 조인다는 느낌을 받아요.” “군홧발 소리가 나면서 검은 물체가 내 몸으로 들어오기도 하고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막 쫓겨요.” “5·18 이후 15년 동안 가위에 눌렸어요.”

광주에서 역사적 악몽을 직접 겪었던 사람들은 각자의 악몽에 짓눌려 36년 동안 잠들지 못했다고 하소연한다. 커다란 정신적 외상을 입은 사람들은 그때 상황을 재현하는 트라우마 악몽을 꾸는데, 세월이 지나면 폭력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더라도 밤이 되면 가위눌림, 야경증, 몽유병 등의 수면장애와 함께 트라우마 악몽은 점점 선명해져 간다. 그러나 악몽은 우리를 괴롭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참혹했던 현실을 다뤄내려는 신호라고 한다.

<꿈에게 길을 묻다>는 고문, 수배, 수감 등을 겪었던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이 꿈작업가 고혜경 박사와 함께 광주트라우마센터에서 했던 그룹 투사 꿈작업을 기록했다.

1960년대 신학박사 제러미 테일러는 무력감과 분열에 시달리던 미국 인종차별 철폐 활동가 그룹에 꿈 공유 작업을 제안했다. 내밀한 자기 꿈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는 것은 각자의 내면을 돌아보고 서로 신뢰를 회복하게 하는 그룹 투사 꿈작업의 첫 번째 단계다. 지은이는 “꿈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정체된 에너지가 자극을 받아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꿈을 이야기함으로써 꿈의 감독이 된 듯 힘의 관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꿈 연극, 꿈 그림 등을 활용해 고통을 직면하려고 노력했던 꿈작업 참가자들은 점점 나쁜 꿈을 잊어버리고 좋은 꿈을 차츰 떠올리기도 한다. 꾸지 않기를 바라던 꿈을 친근하게 느끼는 변화도 경험한다.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최종 단계는 ‘그날’에서 벗어나서 현재를 살도록 하는 것이다. 꿈을 다루는 데는 다양한 기법이 존재하지만 국가폭력 생존자들이 꿈분석을 통해 자기 능동을 회복하는 과정은 수많은 역사적 트라우마 희생자를 안고 가는 우리 사회에도 긍정적 에너지를 전한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