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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제인 구달과 빌 브라이슨이 만난다면

등록 2016-03-24 20:28수정 2016-03-24 20:28

잠깐독서
닥터 영장류 개코원숭이로 살다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박미경 옮김
솔빛길·1만7000원

동물의 사회로 뛰어든 제인 구달의 열정과 위선적인 엄숙주의를 희화화할 줄 아는 빌 브라이슨의 위트가 만났다.

지은이 로버트 새폴스키가 연구한 것은 ‘바분’이라고도 불리는 사바나 개코원숭이다. 우두머리 수컷을 중심으로 ‘하렘’을 이루고 권력서열이 시시각각 바뀌는 가장 정치적이고 공격적인 영장류다. 하버드대학에서 생물인류학을 공부한 새폴스키는 어렸을 적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고릴라 현장연구에 뛰어들려고 했으나, 제인 구달과 어깨를 겨루는 영장류 연구자 다이앤 포시는 함께 일하고 싶다는 그의 편지에 답장을 하지 않았다. 이것은 그가 아프리카 케냐의 세렝게티에서 20년 넘게 개코원숭이를 연구한 계기가 되었다. 그가 택한 방식은 침팬지의 제인 구달이나 고릴라의 다이앤 포시처럼 동물의 사회로 뛰어들어가 교감하며 행동을 관찰한 일종의 ‘동물 민속지학’이 아니었다. 제3자적 위치에서 개코원숭이를 관찰하고 포획해 생물학적 증거를 수집하는 ‘내과적 연구’였다. 제인 구달이 침팬지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그들의 소리를 흉내냈다면, 그는 독화살을 쏘는 원주민처럼 입으로 다트를 쏘아 원숭이를 ‘납치’한 후 혈액을 뽑아 내분비계 호르몬을 연구했다. 서열 변화가 격렬한 사회에서는 높은 계급의 개체가 더 스트레스를 받고, 안정적인 사회에서는 낮은 계급의 개체가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게 지금은 세계적인 신경 내분비학자가 된 그가 밝혀낸 중요한 사실이다. 그럼, 우리는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가?

이런 그의 연구 과정이 위트 있고 해학적인 필체로 펼쳐진다. 위트 있는 글의 장점은 자신을 영웅시하지 않고 높은 곳에서 자신을 부감할 줄 안다는 것이다. 연구 자료 수집을 위해 전술적으로 동물을 이기려고 하지만 번번이 당하고 마는 에피소드는 해학적인 글쓰기의 최고봉에 선 작가 빌 브라이슨을 연상케 한다. 2001년 미국에서 출판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인데 뒤늦게 번역됐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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