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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깡패 국가’ 이스라엘에 대한 고발

등록 2016-03-24 20:39수정 2016-03-24 21:58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건설을 약속한 오슬로 평화협정을 맺고도 그 독립국가가 들어설 서안 지구 등으로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해왔다. 정착촌의 유대인 주민과 팔레스타인 주민 사이의 긴장은 서로 멱살을 잡고 주먹질을 하는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니케북스 제공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건설을 약속한 오슬로 평화협정을 맺고도 그 독립국가가 들어설 서안 지구 등으로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해왔다. 정착촌의 유대인 주민과 팔레스타인 주민 사이의 긴장은 서로 멱살을 잡고 주먹질을 하는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니케북스 제공
1967년~현재 서안·가자지구 역사
이스라엘 ‘군사적 점령’ 비판 신랄
 
식품 고갈 맞춰 가자 주민 ‘옥죄기’
‘새장 속 새’만도 못한 신세 만들어

이스라엘 포병대 장교 출신 저자
파렴치한 ‘조국’ 환멸…사실상 망명
6일 전쟁 50년의 점령
아론 브레크먼 지음, 정회성 옮김
니케북스·2만5000원

현대 중동분쟁의 핵심인 팔레스타인 문제의 분기점은 1967년 ‘6일 전쟁’이다. 중동에서 생존권을 보장받으려는 국가였던 이스라엘은 이 전쟁을 기점으로 주변 국가를 괴롭히는 ‘깡패 국가’의 민낯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은 원천적으로 봉쇄됐다. 팔레스타인 독립국가가 건설될 지역을 이스라엘이 점령한 채 자국 영토로 굳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론 브레크먼 영국 킹스칼리지대 전쟁연구학과 교수의 <6일 전쟁 50년의 점령>(원제 ‘저주받은 승리: 이스라엘과 점령지의 역사, 1967년에서 현재까지’)은 그 전쟁으로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 및 가자 지구, 골란 고원, 시나이 반도에서 어떤 야만과 파렴치가 벌어졌는지 고발한다. 저자는 1982년 레바논 전쟁에 참전하는 등 이스라엘 포병대 장교로 6년간 근무한 예비역 소령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 목격한 이스라엘의 파렴치에 환멸을 느끼고 사실상 영국으로 망명했다. 그가 이스라엘 문제를 천착한 이유이다.

브레크먼은 먼저 서안 및 가자 지구가 이스라엘의 ‘점령지’임을 주지시킨다. 현재 팔레스타인 문제의 최대 쟁점은 이스라엘이 서안 지구 등에 건설한 이스라엘 주민 정착촌이다. 이스라엘은 오슬로 평화협정 등으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에 이 땅을 반환하겠다고 약속한 뒤에도 정착촌을 확대했다. 그 땅의 반환 자체를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사기다. 1907년 헤이그 2협약 및 1949년 제네바 4협약 등 국제법은 ‘점령지’에 자국의 민간인을 이주시키거나, 원주민을 추방하는 것을 이유 불문하고 금지한다. 이스라엘은 그 협약들이 독립 영토를 가진 주권국 사이에서 체결된 것이라며, ‘점령지’ 개념을 부인한다. 주권국이 아닌 팔레스타인에는 그런 협약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서안 지구 등에서의 정착촌 건설을 합리화하는 꼼수를 쓴다. 저자는 유엔 총회가 명백한 이스라엘의 ‘점령’이라고 의결했고, 보수적인 유엔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들도 “국제 제도가 규정하는 ‘군사적 점령’의 일종이다”라고 분명히 밝혔음을 지적한다.

이스라엘이 6일전쟁에서 시리아로부터 빼앗은 골란 고원 점령지에 사는 드루즈파 여인들이 시리아 영내에 있는 친지들과 확성기로 연락하고 있다. 친이스라엘 성향 드루즈파 주민들은 다른 주민들과 달리 골란 고원에서 추방되지 않았으나, 시리아 쪽 친지들과 차단되는 비극을 겪고 있다. 니케북스 제공
이스라엘이 6일전쟁에서 시리아로부터 빼앗은 골란 고원 점령지에 사는 드루즈파 여인들이 시리아 영내에 있는 친지들과 확성기로 연락하고 있다. 친이스라엘 성향 드루즈파 주민들은 다른 주민들과 달리 골란 고원에서 추방되지 않았으나, 시리아 쪽 친지들과 차단되는 비극을 겪고 있다. 니케북스 제공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그가 책 머리에 쓴 것은 그만큼 팔레스타인 문제가 이스라엘의 억지 주장으로 도배돼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스라엘의 점령 시기 50년을 시기별로 나눈다. 먼저, 67년부터 첫 10년은 이스라엘이 예기치 않게 빼앗은 광활한 점령지를 놓고 우왕좌왕하다가 “주변국들과 평화협정을 타결할 수 있었던 유일무이한 기회를 날려버린” 때이다. 1977~1987년의 두번째 시기에는 이스라엘에서 우파 리쿠드당이 집권하면서 “이스라엘의 점령을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만들려는 원대한 계획”인 “서안 및 가자 지구에 유대인 정착촌 건설”이 시작됐다. 국제사회의 압력을 받게 된 이스라엘은 이집트의 평화협상 제안과 미국의 전례 없는 지원을 대가로 시나이 반도는 이집트에 반환했으나, “서안과 가자 지구는 영원히 이스라엘 영토로 남겨두기로” 했다.

1987~2007년의 세번째 시기에 이스라엘은 1987년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민중봉기(인티파다)를 접하며 “점령 정책이 실패할 운명이었음을 깨닫고” 1991년 마드리드 평화협상을 시작으로 팔레스타인과 ‘땅과 평화를 교환하는’ 협상에 나선다. 앞서 “1988년에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한 팔레스타인은 옛 팔레스타인 영토 78%를 실질적으로 포기하면서 그 대신 남은 22%에는 이스라엘의 침입을 불허하기로 한” 양보를 했다. 즉, 현재의 가자와 서안 지구만을 자신들의 독립국가 영토로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또다른 파렴치한 꼼수로 이 평화협정의 약속들을 걷어차버렸다. 협소한 지역에 팔레스타인 주민 인구가 과밀한 가자 지구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하는 쇼를 하면서, 서안 지구의 정착촌은 확대했다. 가자 지구에 대해서도 지하까지 외부와의 소통을 차단하는 육해공 봉쇄를 실시해 실질적 점령을 끝내지 않았다. 그 이후 현재까지도 가자 봉쇄와 서안에서의 정착촌 확대, 고립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고통은 진행형이다.

그가 이 책에 담은 사례들은 이스라엘 정보요원들의 비밀 도청 내용과 관련 인사들과의 인터뷰 등으로 얻은 것이다. 그만큼 생생하다. 그가 전하고자 하는 건 무엇보다 이스라엘 점령에서 벌어진 뻔뻔함이다. “2000년 9월~2004년 12월 사이에 팔레스타인 여성 61명이 이스라엘군 검문소에서 아이를 낳았다. 신생아 36명이 태어나자마자 길거리 흙바닥에서 손을 쓸 수 없는 합병증으로 죽었다.” 점령지에서 이동을 막는 이스라엘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은 가자 주민이 각 소비 품목을 고갈시키는 데 소요되는 일수를 계산하는 이른바 ‘숨을 참을 수 있는 시간’ 공식을 개발했다. (…) 어느 식품이 ‘상한선’에 도달하면, 그 식품의 수입이 차단됐고 (…) ‘하한선’에 도달했다는 경고가 내려져야만 부족분이 채워졌다.” 가자 주민들은 새장에 갇힌 새보다도 못하게 ‘모이’를 받아먹는 처지다.

가자 및 서안 지구에서 이스라엘군에 밀고하는 팔레스타인 협력자들이 자루를 쓰고 자신들의 얼굴을 가린 채 이스라엘군이 찾는 용의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켜 알려주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들 밀고자를 ‘원숭이’라고 부른다. 니케북스 제공
가자 및 서안 지구에서 이스라엘군에 밀고하는 팔레스타인 협력자들이 자루를 쓰고 자신들의 얼굴을 가린 채 이스라엘군이 찾는 용의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켜 알려주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들 밀고자를 ‘원숭이’라고 부른다. 니케북스 제공

“이스라엘군은 봉기가 무장폭동이 되어야만 기술적인 우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기에 (…) 비정상적인 과잉대응을 했다. 무차별 발포로 2차 인티파다의 첫 한달 동안 사용된 총탄만 무려 130만발에 이르렀다 봉기가 폭력적인 방향으로 치닫기를 바랐다. (…)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대응 사격을 하도록 자극하는 데 더 큰 목적이 있었다. (…) 봉기를 서서히 무장폭동으로 변질시키는 데 성공했다. (…) 군은 곤봉을 버리고 본격적인 군사 수단을 동원했다.” 이스라엘이 번번이 평화협정 등 국제적 약속을 파기하는 핑계로 내세우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무장투쟁은 이스라엘이 조장하는 것이다.

2000년 12월 절정에 오른 미국의 중재안이 불발된 것도 비극이다. 이 중재안에서 서안 반환, 예루살렘 지위 등 쟁점들이 대부분 해소됐으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 영내의 고향으로 귀환할 권리가 빠져서 팔레스타인 쪽은 수락하지 못했다. 저자는 당시 팔레스타인의 소극적 태도를 아쉬워하나, 이 중재안이 합의되었더라도 이스라엘이 준수했을지 의문이기는 하다.

6일전쟁의 이스라엘 영웅 모셰 다얀은 “어느 한 나라로부터 점령 통치를 받아야 한다면 과연 자신의 조국을 선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저자는 “점령을 종식하도록 이스라엘을 설득하는 방법은 압력을 가하는 것뿐이다”라며 “간디식으로 비폭력적인 세번째 인티파다를 일으킬 수밖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한다. 또 “점령지의 유대인 정착촌에서 나오는 생산물과 서비스에 대한 불매 및 거부 운동이 포함돼야 한다”고 촉구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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