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사회성
-두뇌 진화의 비밀을 푸는 열쇠
로빈 던바, 클라이브 갬블, 존 가울렛 지음
이달리 옮김/처음북스·1만7000원 진화의 역사에서 인간이 침팬지와 분기된 건 700만년 전이다. 그 뒤 인간은 독자적으로 진화해 다른 종들과 다른 모습과 행동을 갖추게 되었다. 우리는 어디서 왔고 어떻게 인간이 되었는가? 이 질문에 답하는 이 책은 영국학술원 창립 100돌 프로젝트로 추진된 ‘루시에서 언어까지: 사회적 뇌의 고고학’이라는 7년 연구의 결과물이다. 학자들은 뇌의 크기와 지능의 상관관계를 연구해왔다.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 돌고래 등 이른바 영리한 동물들은 신체 대비 대뇌 신피질의 면적이 유난히 크다. 많은 학자들은 도구의 사용과 혁신이 지금의 인간을 만들어왔다고 생각해왔다. 나뭇잎으로 우산을 만들어 쓰는 오랑우탄이나 해면류를 이용해 물고기들을 모으는 돌고래가 그래서 간단한 도구를 만들어 쓰던 인류의 초기 단계를 시사한다고 생각했다. 기술 혁신과 두뇌 발달에 무게를 둔 게 과거 정설이었다면, <사회성>의 지은이들은 오히려 복잡한 사회생활이 두뇌의 발달을 촉진시켰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생활하는 무리의 크기가 클수록 대뇌 신피질이 커진다. 인간의 경우 그 관계의 최대치를 갖고 있고, 이는 ‘던바의 수’라고 불리는 150명이다. 이른바 ‘사회적 뇌’ 가설이다. 우리가 두뇌를 쓰는 건 복잡한 3차방정식을 풀 때만이 아니다. 협력, 조종, 배신, 이간질, 딴청 등 네트워크 사고를 해야 한다. 사회적 뇌의 발달은 우리가 선택한 것이라기보다는 생존을 위해서였다. 나무에서 내려온 인간은 포식자에게 맞서 무리를 이뤄 협력해야 했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공감하고 이용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사회가 유지되어야 했으므로 이타성과 그 전제조건인 공정성도 사회 덕목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사회적 압력을 감당하기 위해 인간의 뇌가 커졌다는 게 이 책의 요지다. 침팬지나 고릴라 등 근연 관계에 있는 동물의 높은 지능도 이렇게 설명될 수 있다. 고고학과 인류학, 진화이론이 흥미롭게 통섭된 읽을거리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두뇌 진화의 비밀을 푸는 열쇠
로빈 던바, 클라이브 갬블, 존 가울렛 지음
이달리 옮김/처음북스·1만7000원 진화의 역사에서 인간이 침팬지와 분기된 건 700만년 전이다. 그 뒤 인간은 독자적으로 진화해 다른 종들과 다른 모습과 행동을 갖추게 되었다. 우리는 어디서 왔고 어떻게 인간이 되었는가? 이 질문에 답하는 이 책은 영국학술원 창립 100돌 프로젝트로 추진된 ‘루시에서 언어까지: 사회적 뇌의 고고학’이라는 7년 연구의 결과물이다. 학자들은 뇌의 크기와 지능의 상관관계를 연구해왔다.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 돌고래 등 이른바 영리한 동물들은 신체 대비 대뇌 신피질의 면적이 유난히 크다. 많은 학자들은 도구의 사용과 혁신이 지금의 인간을 만들어왔다고 생각해왔다. 나뭇잎으로 우산을 만들어 쓰는 오랑우탄이나 해면류를 이용해 물고기들을 모으는 돌고래가 그래서 간단한 도구를 만들어 쓰던 인류의 초기 단계를 시사한다고 생각했다. 기술 혁신과 두뇌 발달에 무게를 둔 게 과거 정설이었다면, <사회성>의 지은이들은 오히려 복잡한 사회생활이 두뇌의 발달을 촉진시켰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생활하는 무리의 크기가 클수록 대뇌 신피질이 커진다. 인간의 경우 그 관계의 최대치를 갖고 있고, 이는 ‘던바의 수’라고 불리는 150명이다. 이른바 ‘사회적 뇌’ 가설이다. 우리가 두뇌를 쓰는 건 복잡한 3차방정식을 풀 때만이 아니다. 협력, 조종, 배신, 이간질, 딴청 등 네트워크 사고를 해야 한다. 사회적 뇌의 발달은 우리가 선택한 것이라기보다는 생존을 위해서였다. 나무에서 내려온 인간은 포식자에게 맞서 무리를 이뤄 협력해야 했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공감하고 이용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사회가 유지되어야 했으므로 이타성과 그 전제조건인 공정성도 사회 덕목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사회적 압력을 감당하기 위해 인간의 뇌가 커졌다는 게 이 책의 요지다. 침팬지나 고릴라 등 근연 관계에 있는 동물의 높은 지능도 이렇게 설명될 수 있다. 고고학과 인류학, 진화이론이 흥미롭게 통섭된 읽을거리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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