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나의 인연 이야기
신인령 지음/지식공작소·1만5000원 “아무도 되어보지 못한 사람이 되어 아무도 써본 적이 없는 글을 써보려는 것이 나의 오랜 소망이었다”고 말한 어느 시인이 있었다. 읽는 내내 그 말이 떠오른다. 우리 현대사가 기억하는, 기억해야 할 사람들과의 인연, 그 50여편의 이야기가 한데 모여 환하게 다시 불타오른다. 강원용 목사, 리영희·이태영 선생, 한승헌·황인철·홍성우 변호사, 나병식 풀빛출판사 대표,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 헌법학자 윤후정, 원풍모방노조 조합원…. 저마다 빛을 품은 사람들, 함께 만나고 겪으면서 험난한 시대를 건너온 얼굴들이 눈빛을 반짝이며 오롯이 살아 있다. 우리의 눈을 생각에 잠기게 한다. <나의 인연 이야기> 지은이에겐 소중한 인연이고, 동시에 ‘우리 시대의 담대한 인연’이다. “각자 자기 형편에 따라 동시대를 고투하며 살았다는 기쁨과 안심을 주는 분들이 있어 힘겨워도 서로 기대어 살아낼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모릅니다 (…) 살면서 전인격적인 만남 이상으로 수지맞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동안 지은이가 쓰고 말했던 추모사, 추모문집 글, 출판기념회 축사 등을 묶은 책에는 ‘고투’, 이 한 단어가 유독 많이 보인다. 때로 외로웠고 아픔으로 돌아누워 울기도 했지만 현장에서 분투하며 만난 얼굴들은 돌이켜보면 그리움이다. 고투를 무릅쓰고, 문체는 오히려 따뜻하고 서정적이다. 30대 초반 크리스찬아카데미 간사 시절, 칠판에 백묵으로 눌러쓴 ‘여성 노동자의 고민’ 앞에 선 굵고 검은 뿔테안경의 단발머리 신인령이 인상적이다. “법학자도 사회운동가도 못 되고 다만 비틀거리지는 않은 ‘비주류 법학도’로 살아온” 그는, 어느새 “언제나 약자와 억울한 이들에게 편향되고 싶었던” 감수성을 여전히 잃지 않고 있는 칠순 노인이 되었다. 6·3사태, 크리스찬아카데미 사건 등을 거치며 고뇌에 찬 시대와 삶을 뚫고 온 한 여성과 야무진 조약돌 같은 그 감수성을 본다. 어딘지 모르게 법정의 사회적 사색 혹은 신영복 선생의 ‘꽃처럼 피어나는 만남’을 불쑥 떠올리게 된다. 그 역시 이미 누군가와 비슷한 사람과 글이 된 것일까?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신인령 지음/지식공작소·1만5000원 “아무도 되어보지 못한 사람이 되어 아무도 써본 적이 없는 글을 써보려는 것이 나의 오랜 소망이었다”고 말한 어느 시인이 있었다. 읽는 내내 그 말이 떠오른다. 우리 현대사가 기억하는, 기억해야 할 사람들과의 인연, 그 50여편의 이야기가 한데 모여 환하게 다시 불타오른다. 강원용 목사, 리영희·이태영 선생, 한승헌·황인철·홍성우 변호사, 나병식 풀빛출판사 대표,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 헌법학자 윤후정, 원풍모방노조 조합원…. 저마다 빛을 품은 사람들, 함께 만나고 겪으면서 험난한 시대를 건너온 얼굴들이 눈빛을 반짝이며 오롯이 살아 있다. 우리의 눈을 생각에 잠기게 한다. <나의 인연 이야기> 지은이에겐 소중한 인연이고, 동시에 ‘우리 시대의 담대한 인연’이다. “각자 자기 형편에 따라 동시대를 고투하며 살았다는 기쁨과 안심을 주는 분들이 있어 힘겨워도 서로 기대어 살아낼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모릅니다 (…) 살면서 전인격적인 만남 이상으로 수지맞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동안 지은이가 쓰고 말했던 추모사, 추모문집 글, 출판기념회 축사 등을 묶은 책에는 ‘고투’, 이 한 단어가 유독 많이 보인다. 때로 외로웠고 아픔으로 돌아누워 울기도 했지만 현장에서 분투하며 만난 얼굴들은 돌이켜보면 그리움이다. 고투를 무릅쓰고, 문체는 오히려 따뜻하고 서정적이다. 30대 초반 크리스찬아카데미 간사 시절, 칠판에 백묵으로 눌러쓴 ‘여성 노동자의 고민’ 앞에 선 굵고 검은 뿔테안경의 단발머리 신인령이 인상적이다. “법학자도 사회운동가도 못 되고 다만 비틀거리지는 않은 ‘비주류 법학도’로 살아온” 그는, 어느새 “언제나 약자와 억울한 이들에게 편향되고 싶었던” 감수성을 여전히 잃지 않고 있는 칠순 노인이 되었다. 6·3사태, 크리스찬아카데미 사건 등을 거치며 고뇌에 찬 시대와 삶을 뚫고 온 한 여성과 야무진 조약돌 같은 그 감수성을 본다. 어딘지 모르게 법정의 사회적 사색 혹은 신영복 선생의 ‘꽃처럼 피어나는 만남’을 불쑥 떠올리게 된다. 그 역시 이미 누군가와 비슷한 사람과 글이 된 것일까?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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