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새로운 계급투쟁
슬라보이 지제크 지음, 김희상 옮김
자음과모음·1만3000원 2015년 유럽의 최대 위기는 시리아 난민 유입 사태였다. 5년을 넘긴 시리아 내전은 지난해에만 400만명의 난민을 낳았다. 그 중 100만명이 목숨을 걸고 에게해를 건넜다. 2016년 3월 유럽연합은 터키와 난민 재송환에 합의했지만 위기의 근원은 해소되지 않았다. <새로운 계급투쟁>에서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가 내놓은 진단과 처방은 ‘전방위 지식 게릴라’답게 기민하며 좌파 근본주의적이다. 난민 물결은 단순히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자본주의의 한 징후이며, 그 모든 문제의 기본 바탕은 계급투쟁이라는 것이다. 빈부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정부는 기득권 집단에만 봉사하는 마당에, 사람들이 더 나은 삶터로 옮겨가려는 것은 놀랍지 않다. 지제크의 해법은 여전히 급진적이며, 냉철한 현실주의와 인도주의적 윤리가 좌충우돌한다. 그는 “유럽이 난민의 인간적 생존에 필요한 수단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에 타협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하면서 “세계 어느 곳이든 자신이 고른 지역에서 정착하고 살 수 있는 무조건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유럽연합의 존재 이유”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레닌의 질문처럼 “무엇을 할 것인가?” 지제크는 먼저 “일체의 감상일랑 떨쳐버리자”고 제안한다. 난민과 동정을 한데 묶는 감상은 대다수 난민이 ‘우리와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여지없이 무너진다. 대응책은 “국가주권 개념을 근본적으로 재고하여 새로운 차원의 세계적 협력을 구상”하는 것이다. 가장 어렵고 중요한 과제는 난민 발생과 이동의 조건을 없앨 철저한 경제변혁이다. “난민의 주원인은 글로벌 자본주의와 그 지정학적 게임이며, 이를 바꾸지 않으면 머지않아 아프리카 난민에 이어 그리스와 다른 유럽 국가의 난민들이 뒤를 이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본주의의 악순환을 끊어낼 유일한 방법은 일종의 ‘군사화’다. 이는 자율규제 경제의 힘을 무력화하는 다른 이름이다. 유럽의 난민 위기는 이 가능성을 시험할 기회라고 지제크는 주장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슬라보이 지제크 지음, 김희상 옮김
자음과모음·1만3000원 2015년 유럽의 최대 위기는 시리아 난민 유입 사태였다. 5년을 넘긴 시리아 내전은 지난해에만 400만명의 난민을 낳았다. 그 중 100만명이 목숨을 걸고 에게해를 건넜다. 2016년 3월 유럽연합은 터키와 난민 재송환에 합의했지만 위기의 근원은 해소되지 않았다. <새로운 계급투쟁>에서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가 내놓은 진단과 처방은 ‘전방위 지식 게릴라’답게 기민하며 좌파 근본주의적이다. 난민 물결은 단순히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자본주의의 한 징후이며, 그 모든 문제의 기본 바탕은 계급투쟁이라는 것이다. 빈부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정부는 기득권 집단에만 봉사하는 마당에, 사람들이 더 나은 삶터로 옮겨가려는 것은 놀랍지 않다. 지제크의 해법은 여전히 급진적이며, 냉철한 현실주의와 인도주의적 윤리가 좌충우돌한다. 그는 “유럽이 난민의 인간적 생존에 필요한 수단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에 타협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하면서 “세계 어느 곳이든 자신이 고른 지역에서 정착하고 살 수 있는 무조건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유럽연합의 존재 이유”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레닌의 질문처럼 “무엇을 할 것인가?” 지제크는 먼저 “일체의 감상일랑 떨쳐버리자”고 제안한다. 난민과 동정을 한데 묶는 감상은 대다수 난민이 ‘우리와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여지없이 무너진다. 대응책은 “국가주권 개념을 근본적으로 재고하여 새로운 차원의 세계적 협력을 구상”하는 것이다. 가장 어렵고 중요한 과제는 난민 발생과 이동의 조건을 없앨 철저한 경제변혁이다. “난민의 주원인은 글로벌 자본주의와 그 지정학적 게임이며, 이를 바꾸지 않으면 머지않아 아프리카 난민에 이어 그리스와 다른 유럽 국가의 난민들이 뒤를 이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본주의의 악순환을 끊어낼 유일한 방법은 일종의 ‘군사화’다. 이는 자율규제 경제의 힘을 무력화하는 다른 이름이다. 유럽의 난민 위기는 이 가능성을 시험할 기회라고 지제크는 주장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