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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인공지능은 복일까 재앙일까

등록 2016-04-14 20:22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김대식 지음/동아시아·1만8000원

‘바둑 천재’ 알파고의 등장은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에 불을 댕겼다. 소설이나 영화에나 나오는 것으로 알았던 인공지능이 어느새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다가온 현실에 새삼 놀라는 이가 많았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더 이상 허황한 몽상이 아니라 엄연한 실체다. 외면하거나 무시한다고 없어지는 존재가 아니라 좋든 싫든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이웃’인 것이다.

“알파고의 승리는 어쩌면 그동안 경쟁자 없이 지구를 지배하던 호모 사피엔스의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는 새 책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프롤로그에서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의 출현이 지니는 인류사적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강연을 풀어 쓴 이 책은 인공지능의 역사와 현실, 이론과 파장을 풍부한 그림 및 사진 자료와 함께 알기 쉽게 들려준다.

책 앞부분에서 김 교수는 학생 시절 자신이 참여했던 탁구 치는 로봇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알파고를 가능케 한 ‘딥러닝’과 구분되는 ‘전통적인 인공지능’ 방식으로 구현한 이 로봇에게 탁구공을 쳐서 넘기자 로봇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30초쯤 지난 뒤 헛스윙을 하더라는 것. 그런가 하면 불과 3~4년 전만 해도 세계 최고 수준 슈퍼컴퓨터들조차 강아지와 고양이를 구분할 수 없었단다.

인공지능 초기 단계의 ‘귀여운’ 실수들이지만, 딥러닝 이후의 인공지능은 전혀 성격이 다르다. 인공지능이 운전을 대신하는 무인 자동차는 불과 10년 뒤면 기술적으로 완성되고 그로부터 다시 10~20년 뒤에는 보편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폭스나 블룸버그 같은 언론사에서는 2014년부터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비즈니스 기사를 쓰고 있다. 미국의 인기 시트콤 <프렌즈>의 대본을 모두 딥러닝 기계에 입력했더니 그럴듯한 새 에피소드를 써내기도 했다.

기존 인공지능 개발자들이 논리적 설명을 통해 기계를 가르치느라 애를 먹었다면 2012년 이후 본격화한 딥러닝은 방대한 데이터(빅데이터)를 그냥 집어넣어 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축적된 자료를 분류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알파고와 같은 기계에 지능이 생긴 것이다. 알파고 개발사인 구글을 비롯해 페이스북, 바이두처럼 빅데이터를 보유한 글로벌 대기업들이 인공지능 분야를 선도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인간 vs 기계> 뒷부분에서 김대식 교수는 ‘약한 인공지능’과 ‘강한 인공지능’을 구분한다. 알파고나 무인 자동차 등이 약한 인공지능이라면, <터미네이터> 같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듯 “독립성이 있고, 자아가 있고, 정신이 있고, 자유의지가 있는 기계”를 강한 인공 지능이라 한다. 머잖아 우리 삶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올 약한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겠지만, 강한 인공지능은 아예 인류를 파멸로 이끌 ‘재앙’이 될 것이라고 김 교수는 본다. 인류보다 지적·물리적으로 우위를 점하게 될 강한 인공지능이 판단하기에 인간이란 종이 지구에 불필요하거나 해롭다면 얼마든지 인류 멸종을 결정할 수 있겠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강한 인공지능은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만은 없다. 기계와 다른, 차별화한 인간다움에 희망이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결론이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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