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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노오력’이라 쓰고 ‘노답 사회’라 읽는다

등록 2016-04-14 20:26

노오력의 배신
조한혜정·엄기호 외 지음
창비·1만3800원

‘노오력’. 가용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동원하는 ‘노력’과 달리, 탈법과 합법의 경계, 개인 능력 한계치의 경계를 넘나들게 하는 무리수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현실은 ‘노답사회’인데, 이 사회적 문제를 개인 자질과 윤리의 문제로 환원한 비난이 바로 ‘노오력’이라고 지은이들은 지적한다. 그러기에 삶의 불안정을 체득하고, 불평등을 일상적으로 체험하는 청년들이 취업과 연애와 결혼과 출산 등을 포기하는 것의 진짜 의미는 “사회적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지”고, “사회를 통한 해결을 오히려 ‘불공정한 것’으로 취급”하게 됐다는 것이다.

여성이나 이주노동자 같은 사회적 약자, 나아가 한국 사회 자체에 청년들이 ‘적대’와 ‘혐오’를 드러내는 건, 이렇게 “불평등이 불공정으로 둔갑한” 결과다. 노력해도 보상받을 수 없다는 것, 즉 ‘노력의 배신’을 깨닫는 순간 사회를 혐오하게 되므로 ‘금수저·흙수저’론이 나오게 되고, “구제 가능성이 없으니 차라리 망하는 것이 더 낫다”며 ‘헬조선’론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탈조선’도 답이 될 수 없다. ‘탈조선’은 “인적 자원과 경제적 자원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앉을 자리가 없었던 열차”이며, “사실 자신이 속했던 ‘사회’가 없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탈출할 곳도 없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장년층은 청년들에게 ‘왜 행동하지 않느냐’고 비난하지만, 사실 청년들은 이토록 날카롭게 한국 사회의 현실을 꿰뚫는 “분석적·감응적 개념들을 만들어 퍼트리고 있는 중”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과격하고 급진적으로, 부글부글 끓는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들은 이런 청년들이 “사회적 해법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기본소득 개념에 근거한 청년배당제 도입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실제로 경기 성남시는 시범적으로 청년 배당제를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으며, 협동조합 방식으로 집을 구입해 청년들이 꾸며가는 주거 공동체도 생겨났다. ‘노오력’을 대체할 ‘사회의 노력’은 이렇게 “같이 숨 쉬고 쳐다보며 살아주기”일 지도 모른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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