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문학 계간지 <실천문학> 여름호 정상 발행이 어려워졌다. 편집위원 6명 전원이 주주총회를 통한 신임 경영진 선임 과정에 항의해 지난달 16일 사퇴한 뒤 아직까지도 새 편집위원진이 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한겨레> 3월18일치 26면) 실천문학사 쪽은 임시 여름호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영진 실천문학사 대표는 2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출판사의 화급한 채무 관계를 해결하느라 경황이 없는 상태”라며 “이 와중에 잡지를 내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통상 계간지 여름호는 5월 하순께 발행된다. 이 대표는 “5월 중에 잡지를 내기는 어렵겠지만 계간지의 연속성을 고려해서 가능하면 6월 중에는 임시 여름호를 낼 생각”이라며 “새 편집위원진이 꾸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비평이나 담론보다는 작품 중심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부정기간행물(무크)로 출발해 계간지로 발행돼 온 <실천문학>의 발간 방식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실천문학>은 무크로 되돌리고 젊은 작가들이 중심이 된 새로운 계간지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원 김정한 김종훈 서영인 장성규 황인찬 등 <실천문학> ‘전임’ 편집위원들은 지난 18일 ‘계간 <실천문학>의 공공성 회복을 위한 편집위원회 2차 성명’을 발표해 “<실천문학>의 공공적, 독립적 발간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주식회사법에 의거해 주총을 장악하고 모든 것을 자본의 논리로 환원시킴으로써 현 경영진은 실천문학사의 쇄신과 새로운 경영에 대한 모든 가능성과 상상력을 차단했다”며 “3월11일 주주총회석상에서의 비민주적 의사결정과 파행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성명은 “이런 요구에 진정성 있게 응답하지 않는다면 <실천문학>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행동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영인 편집위원은 27일 <한겨레>의 통화에서 “현 경영진이 들어선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실천문학’이 지향해야 할 방향과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실천문학사를 걱정하는 분들과 함께 언론 기고를 통한 공론화는 물론 <실천문학>의 정신을 이어받는 독자적인 무크지 발행까지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 편집위원은 “현 경영진은 전임 편집위원회의 <실천문학> 여름호 기획안을 인계받지도 않았다”며 “새로 편집위원회가 꾸려지지도 않은 지금 상태로라면 <실천문학> 여름호는 발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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