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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20세기 다윈’, 그를 만나다

등록 2016-04-28 20:30수정 2016-04-29 08:39

스티븐 제이 굴드. <한겨레> 자료사진
스티븐 제이 굴드. <한겨레> 자료사진
과학과 휴머니즘
리처드 요크·브렛 클라크 지음, 김동광 옮김
현암사·1만6000원

다윈 이후 최고의 진화 이론가, 20세기 고생물학의 대가, 과학사학을 다시 쓴 과학자, 하버드 대학의 저명한 교수, 박식과 재치와 우아함을 두루 갖춘 저술가.

스티븐 제이 굴드(1941~2002)라는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실로 다양하지만, 그를 온전하고 적확하게 표현할 한마디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비교적 이른 나이인 예순하나에 세상을 뜨기까지 <진화 이론의 구조> <인간에 대한 오해>를 비롯한 24권의 저작과 101편의 서평, 497편의 과학 논문, <내추럴 히스토리>에 27년간 연재한 300여편의 칼럼을 통해 그는 무엇을 말하고, 어떤 것을 남겼을까.

과학 전문 번역·저술가 김동광씨가 번역한 <과학과 휴머니즘>은 굴드 사후에 나온 여러 평전 중 하나다. 이 책을 택한 이유에 대해 김씨는 “(저자) 두 사람이 나처럼 비과학자여서”라고 ‘옮긴이 후기’에 적고 있다. 책을 쓴 리처드 요크와 브렛 클라크는 마르크스에게 지적 세례를 받은 사회학자의 눈으로, 역시 마르크시즘의 자장 안에서 활동했던 이 르네상스적 지식인의 생애와 사상을 깊고 넓게 살핀다.

굴드는 박사과정 때부터 인종주의와 식민주의에 반대하는 정치 활동에 적극 참여했고, ‘민중을 위한 과학’(SESPA)이라는 단체를 통해서는 과학을 오·남용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했다. 그는 평생을 두고 “모든 형태의 식민주의와 인간에 대한 억압에 반대”하고, “사회적 평등과 정의를 지지”하는 지식인의 역할을 내려놓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이념적 선호를 자연에 그대로 투사하는 식의 도식적 사고는 단호히 배격했다. 가령 진화를 ‘더 고등하고’, ‘더 나은 것’으로 나아가는 필연적인 진보의 행진으로 보는 시각, 자연이 스스로 정해진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결정론, 인간을 자연의 중심으로 보는 ‘인간 예외주의’를 굴드는 용납하지 않았다. 자연도, 그 일부인 인간도, 굴드가 보기에는 사다리처럼 진화를 통해 점점 더 높은 지위에 오르는 ‘나선형적 상승’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가지는 죽고 어떤 가지는 번성하면서 살아가는 ‘관목의 모습’에 가깝다.

그는 ‘사다리의 도그마’에 빠진 진보를 비판하는 것 못지않게 인간의 서열과 위계를 주어진 것, 자연적인 것, 필연적인 것으로 인식시키려는 보수의 편견 또한 좌시하지 않았다. 자연은 필연이 아니라 우연이 지배하는 곳이며, 인간은 그 안에서 스스로의 능력으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굴드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 했던 “인문학적 자연학”자였다고 이 책은 평가하고 있다.

“굴드는 진화 이론에 공헌했으며, 우리가 자연계의 수많은 세부 사항을 이해하는 데 기여했고, 폭넓고 지적으로 풍부한 세계관과 철학을 발전시켜 가장 위대한 20세기 후반 사상가 중 한 명이 되었다.”(서문)

강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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