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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소비자는 왕’이라는 환상의 해악

등록 2016-04-28 21:03수정 2016-04-29 08:19

잠깐독서
마트가 우리에게서
빼앗은 것들

신승철 지음/위즈덤하우스·1만5000원

빵집에서 빵을 사면, 빵집 주인은 미장원에 가고, 미장원 주인은 슈퍼마켓에 들러 음료수를 사고, 슈퍼마켓 주인은 다시 빵집으로 간다. 이러한 ‘관계망’을 따라 자원이 돌고 돌아 마을과 도시는 활력을 얻는다. 사람들이 머물렀던 곳곳엔 그만의 스토리와 의미가 부여돼왔다. 이러한 도시 곳곳에 어느 순간부터 대형마트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공동체, 생태철학에 대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는 철학자 신승철씨가 ‘마트’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담은 책을 펴냈다. 그는 골목 상권과 전통 시장, 사회와 공동체를 파괴한 주범으로 마트를 지목한다. 마트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작은 가게나 주변 시장은 존폐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이렇게 마트가 ‘부’를 빨아들이지만, 그곳을 지키고 물건을 파는 사람들의 일자리 질은 나쁘고 삶은 팍팍하다. 마트에서 파는 수많은 상품과 먹을거리를 누가 어떻게 만들어내는지도 잘 보이지 않는다. 골목 상권이나 전통 시장과 다르게 상품을 만드는 사람들, 상품을 파는 사람들, 상품을 사는 사람들 모두가 인간적 관계에서 분리돼 있다. 지은이 눈에 비친 마트는 ‘위생적으로 소독된 시설이나 병원’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마트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슈퍼마켓이나 가게엔 주인이 있고, 그 주인에게 소비를 허락받아야 하는 것은 부담이다. 마트에서 실질적인 갑은 유통 대기업이지만, 그 주인이 잘 보이지 않으므로 소비자들은 ‘왕’이 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진다.”

늦게나마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이나 의무휴업일 지정 등 규제가 시행됐고, 새롭게 변화하는 시장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늘 시간에 쫓기는 일상에서, 이미 익숙해진 마트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지은이도 이 책이 “마트 중심의 소비를 넘어선 이후에 대한 답을 주지는 못한다”고 털어놓는다. 다만, “대안적인 소비 생활과 삶의 형태를 고민하는 데 ‘힌트나 영감’이라도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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