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홍승희, 임경지, 김보람, 서영인.
‘학생에게 임금을’ 한국어판 출간
대학교육 무상화 논리 등 담아
특별부록으로 실린 ‘독서 좌담회’
참석자들 기본소득 도입에 한뜻
“등록금 비싸다고 하니 대출 장려”
“사회적 안전망 담론 만들어내야”
대학교육 무상화 논리 등 담아
특별부록으로 실린 ‘독서 좌담회’
참석자들 기본소득 도입에 한뜻
“등록금 비싸다고 하니 대출 장려”
“사회적 안전망 담론 만들어내야”
“등록금이 있는 한 대학생은 부채경제를 원활하게 돌리는 데 필요한 호구일 따름이다.”
대학 무상교육과 학생임금 도입을 도발적으로 주장하는 책이 나왔다. 일본의 대학 시간강사 구리하라 야스시가 쓴 <학생에게 임금을>(서유재 펴냄)이다. 이 책은 대학의 지적 활동에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며 대학 교육을 무상화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은이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이든 일본이든 대학생은 무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자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분노하라 대학생!’이라고 외치는 셈이다.
대한민국 효녀연합 퍼포먼스로 알려진 사회예술가 홍승희씨, 청년주거문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민달팽이유니온의 임경지 위원장, 청년 학습공동체 사이랩 활동가 김보람씨가 이 책을 읽고 한 데 모였다. 문학평론가이자 옮긴이 서영인씨가 사회를 맡았다. 좌담은 지난 4월4일, 서울 홍대 부근의 한 북카페에서 출판사에서 진행한 뒤 지은이의 양해를 얻어 책 특별부록으로 실었다.
좌담을 보면, 청년들은 대학을 상아탑 아니면 취업양성소로 취급하는 견해 양쪽 모두를 부적절하다고 본다. 우선, 지은이의 지적대로 학생들을 돈벌이 대상으로 삼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적이 있다는 임경지씨는 “등록금이 비싸다고 했더니 대출제도를 굉장히 장려하고 있다. 2009년부터 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고 말했다. 주거문제도 마찬가지. 민달팽이유니온에서 회원들과 함께 청년 주거를 논의했을 때는 서러움이 동시에 폭발하는 경험도 했다고 그는 밝혔다. “주거는 기본적으로 부모 (계층) 문제이거나 혹은 배경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홍승희씨는 대안대학인 ‘신촌대학’에 참여하고, 반값등록금 시위에서 얻은 체험을 전했다. “대학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시작하고 균열을 내보면서, 학생들이 삶의 주도권을 회복하는 과정이 의미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러나 새로운 비전을 가진 청년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너무 좁고 한정적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임경지씨는 “(청년들이) 정치·사회적으로 세력화되는 걸 두려워하는 심리가 분명 존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승희씨는 “시위라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시민 활동인데, 시위 몇 번 나갔다고 전문 시위꾼이 되고 특정 정당과 연결지어 ‘정치적’인 사람이라고 낙인찍는다”고 말했다. 김보람씨는 청년들의 사회적 활동을 치기 어린 행동으로 치부하는 시선 속에서 “사회가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는 걸 그냥 그렇게 학습하게 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참석자들은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고 뜻을 같이했다. 대학생들의 채무순환 고리를 끊고, 자본으로 환산되지 못하는 가사노동, 창의적 노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지우며 대학이라는 ‘출발’의 위계를 허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승희씨는 “기본소득이 교육의 무상화로 이어지고 ‘공공성’이 모든 분야에서 강화되어 예술가를 포함한 삶의 기본적인 토대가 보장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보람씨는 최소한의 안정감을 누리면서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본소득이나 청년담론,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담론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좌담을 진행한 서영인 문학평론가는 “청년 당사자들은 대학 문제를 사회와 역동적으로 연결시키고 있다”며 “지금은 사회가 새로운 삶을 사는 청년들을 격려하며 제한적으로 존중할 뿐이지만, 앞으로는 다른 대학과 사회를 상상하고 실천하는 청년들이 주체로서 더 중요하게 인식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서유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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