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두진, 이영도, 설창수, 김종한, 안룡만, 김학철, 최태응, 최금동.
1916년에 태어나 올해로 탄생 100년을 맞은 문인들을 기리는 문학 행사가 12~13일 이틀에 걸쳐 펼쳐진다. 올해의 주인공은 시인 박두진·이영도·설창수·김종한·안룡만과 소설가 김학철·최태응, 시나리오 작가 최금동 등 8명이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가 2001년부터 함께 마련하고 있는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행사 일정이 확정되었다. 두 단체는 12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세미나실에서 ‘해방과 분단, 경계의 재구성’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이튿날인 13일 저녁 7시에는 서울 연희문학창작촌에서 ‘문학의 밤’ 행사를 펼치며 이밖에도 ‘청록집 시그림전’과 ‘학술회의’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마련하기로 했다.
올해 문학제 기획위원장을 맡은 임규찬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국문학)와 기획위원 곽효환(시인) 대산문화재단 경영임원은 3일 낮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문학제 일정과 내용을 설명했다. 임규찬 교수는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건 김종한이라는 시인의 존재”라고 했다. 김종한은 1939년 <문장>에 추천되어 1944년 요절하기까지 불과 5년여 활동했음에도 일본에서 900쪽 가까운 전집이 나올 낼 정도로 시와 평론, 수필, 번역 분야에서 다양하고 활발하게 글을 썼다. 임 교수는 “김종한은 <문장> 출신 문인 가운데 유일하게 일본어 시를 쓰고 친일 행적을 보인 인물로 낙인 찍혀 왔는데, 가령 김수영이 ‘김억과 해방 뒤 모더니즘을 연결하는 중간 매개자’라 평가할 정도로 중요한 문학사적 위치를 지닌 시인이며, 서정주와 김동리, 청록파 등이 해방 뒤 남한 문단을 장악하면서 내세운 순수문학론과 세대론, 지방주의 등의 논거를 일찌감치 제시한 평론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 “얼핏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박두진과 김학철 사이에 상통하는 면모를 확인한 것도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얻은 소득”이라며 “박두진은 특히 전쟁과 4월혁명 이후 현실에 적극 참여하는 면모를 보였다는 점에서 청록파의 다른 성원들과 구분되며, ‘연변 작가’ 김학철은 철저히 역사에 헌신하는 실천주의적 문학관을 대변하는 소설가였지만 동시에 친일 문제에 대해 전향적이며 포용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소개했다. 곽효환 시인은 “친일 또는 월북 같은 문학 외적 요소에 구애받지 않고 철저히 문학적 가치 판단에 따른다는 원칙 아래 올해 문학제 대상 작가를 선정했다”고 강조했다. 심포지엄과 ‘문학의 밤’ 행사 말고도 ‘박두진·김종한·안룡만·이영도’ 학술대회가 21일 연세대학교에서 열리며, 박두진 탄생 100년 기념학술대회는 다음달 11일 연세대학교에서 열릴 예정이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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