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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피케티 누진세를 현실로 만들 ‘세계금융등본’

등록 2016-05-05 20:20수정 2016-05-06 10:06

국가의 잃어버린 부
가브리엘 주크만 지음, 오트르망 옮김
앨피·1만2000원

젊은 경제학도 가브리엘 주크만은 경제학이 직업인 집단 안에서 <21세기 자본>의 피케티와 협업해온 동료로 혹은 피케티의 제자로 알려져 있다. <국가의 잃어버린 부>에서 조세도피처(스위스·바하마·버뮤다·버진아일랜드 등)에 숨은 비밀금융계좌라며 그가 제시한 총액은 물경 7600조원(전세계 가계금융자산의 8%)에 이른다. 각국 국제수지표, 다국적기업 계좌, 스위스 은행기록 등 자신이 수집해온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에 기초한 수치다. 도둑맞은 세금 규모는, 각국이 환수한다면 재정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 정도다.

지은이는 국제기구들이 조세도피를 막겠다고 내놓았던 정책·선언들이 떠들썩했으나 “무력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고 일갈한다. G20 정상과 선진 각국이 패배감에 빠져 우물쭈물하는 사이 조세도피처들은 날로 번창한다. “사실은 그 조작이 그리 복잡하지도 전문적이지도 않은” 조세도피는 전지구적 신화이자 ‘재앙’이 되고 있다.

주크만은 폭로에 그치지 않는다. 짧고 명징하고 단호하게 말한다. “세계 세금도둑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다.” 그는 전세계 정치·경제 지도자를 향해 “조세도피처를 포위·보복·압박해 끝내 굴복시킬 실천적 행동에 당장 나서라”고 요구한다. 제안의 핵심은 이른바 '세계금융등기부등본' 작성·보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세계에 유통 중인 유가증권 총체와 그 소유주를 명시한 금융등기부를 만들 “기술력”과 “이를 작동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 등기부는 세금도둑이 빠져나갈 수 없는 그물이자 조세도피의 수레바퀴를 멈춰 세울 ‘모래폭풍’이 된다. 피케티가 불평등 해법으로 제시했던 각국의 ‘글로벌 자산누진세’ 동참도 비로소 ‘현실적으로’(!) 가능해진다. <21세기 자본>에서 대안에 다소간 허탈감 혹은 결핍을 느낀 독자라면 이 책에서 그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경험을 할지도 모르겠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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