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읽다
스티븐 부크먼 지음, 박인용 옮김
반니·1만8000원 누군들 꽃 한송이에 얽힌 사랑과 추억, 경탄과 회한의 순간이 없겠는가? 장미의 열정이든 튤립의 실연이든, 복수초의 아련함이든…. 그래서 봄이면 지긋지긋하게 들려오는 ‘벚꽃엔딩’에 “이젠 그만”을 외치면서도,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려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라는 대목에선 가사와 멜로디에 하릴없이 녹아든다. 그럼 식물에게 꽃은, 꽃에게 꽃은 무엇인가? 생존투쟁이다. 호박벌, 뒤영벌, 나비, 박쥐, 하다못해 나방이나 파리까지 수분매개 곤충·동물을 유혹하기 위해 아름답게 치장하고, 달콤한 화밀을 내주고, 아예 자이언트라플레시아(Rafflesia arnoldii)처럼 시체 썩는 냄새를 풍기며, 오직 생존을 위해 1억년 이상 버텨왔다. <꽃을 읽다>는 ‘꽃의 인문학; 역사와 생태, 그 아름다움과 쓸모에 관하여’라는 그럴듯한 부제로 독자를 유혹한다. 책 전반부 100여쪽은 생존을 위한 식물의 지난한 진화 과정을 통해 꽃을 탐구한다. 아득한 4억7200만년 전 깔개 같았던 조류, 이끼 등 초기 식물에서 은행 등 ‘씨가 드러난’ 겉씨식물로 진화하고, 화석을 통해 지구 최초의 꽃으로 추정된 0.04~0.23인치 크기의 아르카이프룩투스 시넨시스(Archaefructus sinensis)가 등장한 뒤 1억2500만~1억3500만년 동안 크기, 모양, 색깔, 향기, 번식행태 등을 바꿔가며 수분매개 동물을 유혹하는 수단을 발전시켜온 꽃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드러낸다. 지구상 3만여종의 난초 대부분이 유인한 벌에게 화밀을 내주지 않은 채 꽃향기를 맡거나 쳐다볼 때 벌의 뇌에 충격이 가해지게끔 진화하며 ‘동물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려는 으스스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힌 대목은 흥미진진하다. 책 중·후반부는 야생에서 가정으로 들어온 꽃이 문학과 미술, 산업과 의료로 영역을 확장하며 인간을 유혹하는 과정을 다룬다. 정원 및 원예 기술, 교배·육종과 유전자 조작, 향수, 요리, 장례식과 결혼식, 꽃을 이용한 치료 행위까지 꽃과 관련된 거의 모든 궁금증을 풀어낸다. 하지만 400여쪽에 담긴 지식은 그 폭에 견줘 깊이가 좀 떨어진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스티븐 부크먼 지음, 박인용 옮김
반니·1만8000원 누군들 꽃 한송이에 얽힌 사랑과 추억, 경탄과 회한의 순간이 없겠는가? 장미의 열정이든 튤립의 실연이든, 복수초의 아련함이든…. 그래서 봄이면 지긋지긋하게 들려오는 ‘벚꽃엔딩’에 “이젠 그만”을 외치면서도,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려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라는 대목에선 가사와 멜로디에 하릴없이 녹아든다. 그럼 식물에게 꽃은, 꽃에게 꽃은 무엇인가? 생존투쟁이다. 호박벌, 뒤영벌, 나비, 박쥐, 하다못해 나방이나 파리까지 수분매개 곤충·동물을 유혹하기 위해 아름답게 치장하고, 달콤한 화밀을 내주고, 아예 자이언트라플레시아(Rafflesia arnoldii)처럼 시체 썩는 냄새를 풍기며, 오직 생존을 위해 1억년 이상 버텨왔다. <꽃을 읽다>는 ‘꽃의 인문학; 역사와 생태, 그 아름다움과 쓸모에 관하여’라는 그럴듯한 부제로 독자를 유혹한다. 책 전반부 100여쪽은 생존을 위한 식물의 지난한 진화 과정을 통해 꽃을 탐구한다. 아득한 4억7200만년 전 깔개 같았던 조류, 이끼 등 초기 식물에서 은행 등 ‘씨가 드러난’ 겉씨식물로 진화하고, 화석을 통해 지구 최초의 꽃으로 추정된 0.04~0.23인치 크기의 아르카이프룩투스 시넨시스(Archaefructus sinensis)가 등장한 뒤 1억2500만~1억3500만년 동안 크기, 모양, 색깔, 향기, 번식행태 등을 바꿔가며 수분매개 동물을 유혹하는 수단을 발전시켜온 꽃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드러낸다. 지구상 3만여종의 난초 대부분이 유인한 벌에게 화밀을 내주지 않은 채 꽃향기를 맡거나 쳐다볼 때 벌의 뇌에 충격이 가해지게끔 진화하며 ‘동물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려는 으스스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힌 대목은 흥미진진하다. 책 중·후반부는 야생에서 가정으로 들어온 꽃이 문학과 미술, 산업과 의료로 영역을 확장하며 인간을 유혹하는 과정을 다룬다. 정원 및 원예 기술, 교배·육종과 유전자 조작, 향수, 요리, 장례식과 결혼식, 꽃을 이용한 치료 행위까지 꽃과 관련된 거의 모든 궁금증을 풀어낸다. 하지만 400여쪽에 담긴 지식은 그 폭에 견줘 깊이가 좀 떨어진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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