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이 16일 저녁(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소설 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원로작가 한승원씨 딸
2014년 출간 ‘소년이 온다’
참혹한 오월광주 다뤄
2014년 출간 ‘소년이 온다’
참혹한 오월광주 다뤄
한강은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한 다음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동학제> 등을 쓴 원로 작가 한승원이 부친이다. 대학을 졸업한 1993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가 당선되어 시인으로 먼저 등단한 한강은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되어 소설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만으로 불과 25살이던 1995년에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펴냈으며 그동안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등 소설집 세 권과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바람이 분다 가라> <채식주의자>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등 장편 6권, 그리고 시집과 동화, 산문집 등을 여럿 냈다.
한강은 한 인터뷰에서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로 이사한 뒤 아버지 한승원이 80년 5월 광주에서 학살된 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첩을 보여주었으며 “열세살 때 본 그 사진첩은 내가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된 비밀스러운 계기가 됐다”고 그는 밝혔다. “이때부터 간직해온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세 번째 장편 <채식주의자>부터 탐구하기 시작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세 연작으로 이루어진 <채식주의자>는 극단적으로 육식을 거부하고 차라리 나무가 되고자 하는 주인공 영혜를 주변 인물 세 사람의 시선에서 그렸다. 아버지가 자신의 입에 강제로 고기를 집어 넣으려 하자 손목을 긋는 영혜를 지켜보는 남편, 영혜의 엉덩이에 아직도 몽고반점이 남아 있다는 말을 듣고 영혜의 몸을 욕망하게 된 비디오아티스트 형부, 정신병원에서 식음을 전폐하고 링거조차 거부하는 영혜를 찾아간 언니 인혜의 눈에 비친 영혜를 통해 작가는 폭력과 욕망, 그리고 그에 의해 억압받는 내면 등을 다루었다.
2014년에 출간한 <소년이 온다>는 한강이 어린 나이에 충격적으로 접한 5월 광주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마지막까지 도청을 지키다 계엄군의 총에 스러진 열여섯살 소년 동호를 중심인물 삼은 이 소설은 한강 특유의 밀도 높은 시적 문장으로 학살과 저항의 드라마를 엮었다. 한강 자신은 지난 3월 파리도서전에 참가했을 때 이 작품을 가리켜 “가장 마음이 가는 작품”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강은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특히 1988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부친과 함께 부녀가 이 상을 나란히 수상하는 최초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남편인 문학평론가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교수와 함께 ‘문인 가족’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한강은 현재 서울예대 미디어창작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최재봉 선임기자
왼쪽부터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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