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변증법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지음
김민예숙·유숙열 옮김/꾸리에·2만2000원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지음
김민예숙·유숙열 옮김/꾸리에·2만2000원
미국의 ‘래디컬 페미니스트’ 슐라미스 파이어스톤(1945~2012). 1970년, 불과 25살의 나이에 <성의 변증법>이라는 고전을 썼다. 아니, ‘투척’했다. “생물학적 가족의 압제는 붕괴될 것이다.” 이 책은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 근간을 흔들려는 급진적 기획이었다.
그의 이론을 보면, 인간의 역사는 계급 투쟁의 역사다. 생물학적 계급 투쟁은 더 중요하다. 여성은 남성의 말에 상냥하게 응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력에 노출될 수 있는 ‘피착취 계급’이고, 계급 철폐 사회가 도래하려면 사회주의 혁명보다 훨씬 큰 ‘성의 혁명’이 필요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파이어스톤은 마르크스·엥겔스, 프로이트 등 남성 이론가들의 오류를 보완했고 보부아르의 사상을 통합했다. 특히 가족은 특권 유지나 재산 상속 등으로 사회 병폐를 만들 뿐만 아니라, 심리적·경제적·정치적 억압의 원천이기에 없어져야 하는 것이었다. “가족을 해체해버리면 (…) 성적 억압은 그 기능을 잃게 된다.” 그가 부르짖은 ‘페미니스트 혁명’의 최종 목적은 남성의 특권 종식을 넘어선다. 성 구분 자체를 아예 철폐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새 세상이 온다면, 미래 종족의 성은 이성애·동성애·양성애를 넘어선 ‘범성애’로, 생식은 인공생식으로, 육아는 남성을 포함한 공동체의 보살핌으로, 노동은 인공두뇌가 대체할 것이라고 그는 보았다. 모든 사람의 경제적 독립도 당연히 보장된다. 46년이 흐른 지금, 그의 예견대로 오늘날 남성 육아휴직, 기본소득, 인공지능 논의가 진행중이다. 그러나 당시 이 책은 급진적이라며 호된 비판을 받았다. 파이어스톤은 대중의 눈에서 멀어졌고 정신병원을 드나들다 2012년 8월, 뉴욕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여성혐오 살해사건으로 떠들썩한 이때, 책의 의의는 더욱 살아난다. 옮긴이는 김민예숙(1983년 초판 번역자) 춘해보건대 교수와 유숙열 문화미래 이프 공동대표(전 방송위원, 언론인). 두 사람의 손을 거쳐 책이 나온 것 또한 반가운 일이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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