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강이 24일 오전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작 <채식주의자>와 새 소설 <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맨부커상’ 한강 취재 열기
“내 소설은 질문 던지고
다음 소설이 답하는 방식”
“내 소설은 질문 던지고
다음 소설이 답하는 방식”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의 효과는 과연 엄청났다.
24일 오전 서울 동교동 한 카페에서 열린 작가 한강의 기자회견장에는 100명이 넘는 기자가 몰려들었다. 지난 25년 동안 문학 담당 기자로 일하면서도 이런 취재 열기는 처음이었다.
“영국에 갈 때는 굉장히 가벼운 마음이었어요. 신작 <흰>의 영어판 편집자와 직접 만나서 얘기할 좋은 기회라고만 생각했지요. 맨부커상 수상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상을 받은 뒤 여러 분이 기뻐해주시고 고맙다고 하는 분도 있어서,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헤아려보려 한 지난 일주일이었습니다.”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뒤 1주일 만에 한국 언론과는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인 만큼 회견이 열린 카페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한강은 “내 소설은 하나의 소설에서 던진 질문을 다음 소설에서 답하는 방식으로 이어져 왔다”며 “<채식주의자>는 이토록 폭력과 아름다움이 뒤섞인 세계를 견딜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서 끝났고 그다음 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에서는 우리는 이 삶을 살아내야 하는가, 그것이 과연 가능한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소설 <희랍어 시간>에서는 정말 우리가 살아내야 한다면 인간의 어떤 지점을 바라보면서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을 들여다보고 싶었고, 5월 광주를 다룬 <소년이 온다>는 압도적인 폭력의 상황에서 그래도 인간의 존엄을 향해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그의 신작 소설 <흰>의 소개를 겸한 자리였다. 한강은 “<소년이 온다>에 이어지는 소설은 두 편인데, <흰>은 그 무엇으로도 훼손되지 않는 것들, 투명함과 생명, 빛, 밝음, 눈부심 같은 것을 쓴 시 같은 소설”이라며, “<소년이 온다>에 이어지는 또 다른 소설은 지금 쓰고 있는 ‘혼 3부작’인데 이 작품은 지난해 제가 발표한 유일한 단편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으로 시작되는 연작 장편으로, 사회적 맥락 속에서 윤리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한강은 “상이라는 건 글이 완성된 이후 먼 미래의 결과이며 그리 중요한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는다. 맨부커상을 받았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얼른 내 방에 틀어박혀서 지금 쓰는 소설로 돌아가고 싶다”며 “독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제 소설만이 아니라 제가 정말 좋아하는 한국의 동료·선후배 작가들의 훌륭한 작품도 같이 읽어 주셨으면 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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