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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절망사회, 다시 낙원을 생각한다

등록 2016-05-24 20:28

‘유토피아’ 출간 500돌, 27일 학술대회

토머스 모어가 그린 ‘평등 공동체’
다양한 분야 학자들이 발표 나서
사유재산이 없다. 하루 6시간만 노동하고, 식사와 육아는 공동으로 한다. 살 집은 추첨으로 할당하며 금은 요강이나 죄수들의 수갑을 만드는 데나 쓴다. 서로 자원을 공평하게 나누면서도 풍요로운 사회, 1516년 토머스 모어가 그린 ‘유토피아’다.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과 인문학연구원은 27일 오후 2시 연세대 연희관 106호에서 ‘<유토피아> 출간 500주년 기념 학술회의’를 연다. ‘낙원에 대한 기억, 혹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는 주제의 이번 행사에는 행정학, 법학, 영문학, 건축학자 등 다양한 분야 학자들이 발표자로 나서 모어가 그린 공동체의 성격을 검토하고 유토피아 전통과 관념을 살펴볼 예정이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미리 제출한 발표문 ‘유토피아 속에 그려진 공동체’에서 물신주의 지배에 강력히 저항하는 모어의 사상과 공동체 유산을 강조한다. “모어의 유토피아는 사유재산 없는 공유경제, 최상의 정치체제와 평화에 대한 상상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평화롭고 평등한 공동체에 대한 상상을 잃어버리는 일은 “절망 사회”를 가속화할 뿐이기에 500년 전 그의 사상을 되살리는 데 의의가 있다는 제언이다.

홍기원 법학박사(전 프랑스 낭트학술원 초빙연구원)는 ‘모어의 ‘최선의 정부형태론’’을 발표한다. 그는 “청년 시절부터 사회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서민들의 고충 사건을 전담하던 청원담당판사였던 모어가 조국 잉글랜드의 현실을 풍자하고 제도적 대안으로서 최선의 정부 형태를 제시하고자 했다”고 분석했다. <유토피아>가 소설적이고 허구적 형식을 빌려 ‘헌정질서란 무엇인가’에 대해 기술하는 ‘국헌소설’의 효시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따라서 “법치주의의 이념하에 사회의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을 펼 것을 주장한 사회개혁론이라 할 수 있다”고 그는 발표문에서 밝혔다.

이상헌 건국대 건축전문대학원 교수는 유토피아와 건축에 대해 검토한다. 19세기 이후 서구 건축가들이 유토피아 사상에 영향을 받고 당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제안자로 등장한 것에 견줘, 한국 근대건축에서 유토피아는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는다. 고층아파트, 신도시 등 한국 도시건축은 “유토피아로 위장한 실증주의”라고 그는 분석했다. 또 “한국 건축의 유토피아적 상상력은 한국 사회의 근대화 과정에 대한 근본적 성찰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건축가가 유토피아적 상상력과 공동체성에 대한 비전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밖에도 이번 행사에서는 ‘16세기 영국문학 속의 토머스 모어’(김태원 서강대 영문과), ‘토머스 모어는 왜 성인인가’(이규성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조선인의 유토피아’(서신혜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등의 발표가 이어진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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