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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한권 분량 투고 받아 내는 시집 시리즈

등록 2016-05-26 20:33

왼쪽부터 유진목, 조인선. 사진 삼인 제공
왼쪽부터 유진목, 조인선. 사진 삼인 제공
연애의 책
유진목 지음/삼인·8000원


조인선 지음/삼인·8000원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주로 펴내는 도서출판 삼인에서 ‘삼인 시집선’이라는 시집 연속물을 기획하고 첫 두권을 선보였다. 유진목 시집 <연애의 책>과 조인선 시집 <시>가 그것이다.

‘삼인 시집선’은 여느 시집 연속물들과 뚜렷이 구분되는 특징을 지닌다. 창비시선, 문학과지성 시인선, 문학동네 시인선 등 주요 출판사의 시집들은 등단한 시인이 잡지 등에 발표한 시들을 묶어서 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삼인 시집선은 시집 한권 분량인 50~60편 정도의 시를 한꺼번에 투고받아 검토한 다음 시집으로 펴내는 방식을 택했다. 2013년 7월 이런 계획을 알리고, 평론가 황현산(고려대 명예교수)과 시인 김정환·김혜순을 선정위원으로 위촉해 한달에 한두차례 정기 독회를 했다. <연애의 책>과 <시>는 그 첫 결과물이다.

유진목은 지난해 ‘문학과죄송사’라는 독립 출판사에서 <강릉 하슬라 블라디보스토크>를 펴내기는 했지만 신춘문예나 잡지 신인상 등으로 정식 등단하지는 않은 시인이다. “절절한 연애시”라는 황현산의 표현대로 연애의 시작과 절정, 끝을 솔직하고 감각적인 언어로 표현했다.

“우리는 동그랗게 아야 어여 오요 우유 으이 가느다란 입술이었다가 오므린 입술이었다가 벌어진 입술로 누워 있는 사이 속옷을 아무렇게나 벗어서 발끝에 거는 사이”(‘사이’ 부분)

“그의 심장으로부터 가을이 왔다 낙엽처럼 바스락거리는 어둠을 펼치고 이제 그는 내가 모르는 체위로 사랑을 한다 나는 앙상해진 심장 가까이 나침반을 대어본다”(‘당신의 죽음’ 부분)

조인선은 1993년 첫 시집 <사랑살이>를 시작으로 시집 다섯권을 낸 기성 시인이지만 “활동을 중단한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시집은 일종의 재등단 같은 절차라 할 수 있다”고 황현산 교수는 말했다. 시집 <시>에는 ‘시’라는 제목을 단 시가 다섯편 있는 것을 비롯해, “시 자체를 향한 질문을 확산과 귀속의 방식으로 제기”하는 4부의 시 11편과 “단일한 문장 형식으로 탐구되어 시로 집결된 여러 사물들의 시”(이상 평론가 박수연)라 할 5부의 장시 ‘한 줄의 욕망’까지 시를 향한 모색과 열정이 두드러진다.

“닭 모가지를 따면서 아내는 주문처럼 베트남 말을 했다/ 다시는 짐승으로 태어나지 말라는 뜻이란다/ 칼을 쥔 손이 입을 열게 하고/ 날개를 잡은 손이 되묻고 있다/ 감각은 그렇게 응축되고 결정화된다”(‘시’ 전문)

황 교수는 “신춘문예에서는 너무 적은 작품만 심사에 오르기 때문에 시인 자신에게도 위험 요소가 따르고, 또 신춘문예에 번번이 떨어지는 이도 시집 한권 분량을 읽으면 달리 평가되는 경우도 있다”며 “삼인 시집선 같은 방식을 통과하면 문단 활동의 생명력이 훨씬 더 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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