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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과학 거장’ 뉴턴의 모든 것

등록 2016-06-09 20:17수정 2016-06-10 11:27

아이작 뉴턴
리처드 웨스트폴 지음, 김한영·김희봉 옮김/알마·12만원(전 4권)

뉴턴은 자신의 이미지를 남기는 데 매우 큰 관심을 두었다. 뉴턴의 나이에 그보다 더 자주 초상화가 앞에 앉은 사람이 드물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왼쪽부터 46살의 뉴턴(고드프리 넬러 경 그림), 67살의 뉴턴(제임스 손힐 경 그림), 77살의 뉴턴(넬러 경 그림), 83살의 뉴턴(작자 미상). 알마 제공
뉴턴은 자신의 이미지를 남기는 데 매우 큰 관심을 두었다. 뉴턴의 나이에 그보다 더 자주 초상화가 앞에 앉은 사람이 드물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왼쪽부터 46살의 뉴턴(고드프리 넬러 경 그림), 67살의 뉴턴(제임스 손힐 경 그림), 77살의 뉴턴(넬러 경 그림), 83살의 뉴턴(작자 미상). 알마 제공
‘뉴턴’은 이제 어찌 보면 과학을 상징하는 상투적인 말로 소비되는 이름일지도 모른다. 검색 사이트에서 찾은 문서들을 다 열어볼 수도 없을 정도로 그 이름의 쓰임새는 많다. ‘다윈’, ‘아인슈타인’이 그렇듯이 ‘뉴턴’은 과학을 얘기할 때 이야기의 밑바탕에 들어가고야 마는 그런 이름일 것이다. “근대 물리학의 시작과 끝”, “지난 천 년, 최고의 과학자” 같은 찬사들이 마땅히 뒤따른다.

이런 찬사가 새겨진 동상이 아니라 길고 지루한 다큐멘터리에 담긴 그의 실제 모습은 어땠을까? 1642년(율리우스력 기준) 시골 자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1727년 왕립학회 의장 뉴턴 경으로 숨진 그 여든다섯 해의 삶은 어떠했을까? 남은 단서와 증언을 통해, 거장의 삶을 추적하며 기록하는 많은 전기 작가들 덕분에 우리는 그 삶에 조금 접근할 수 있다. 많은 뉴턴 전기 가운데에서 천재적 영웅 신화 만들기의 위험을 피해 뉴턴에 관한 기존 연구와 자료를 잘 버무려 독자들이 비교적 담담하게 뉴턴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 과학사학자 리처드 웨스트폴이 1980년 펴낸 전기이다. 20년에 걸쳐 썼다는 이 삶의 기록이 다시 30여년 지나 한국에서 <아이작 뉴턴>이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20년 걸린 뉴턴 전기 ‘결정판’ 4권
이론체계화·논문검증 논란 생생
“뉴턴 업적은 고난의 휴먼드라마”

<아이작 뉴턴>은 많은 뉴턴 전기들 중에서 단연 결정판이라고 불릴 만큼 자료의 풍부함과 작가의 심혈이 담긴 책이다. 뉴턴이 남긴 많은 과학 문헌들, 특히 <프린키피아>와 <광학>에 대한 꼼꼼한 해제도 담았다.

웨스트폴이 그린 뉴턴의 삶은 보편중력 이론과 광학이라는 놀라운 업적을 낼 만한 자격을 갖춘 천재로 태어나서 누구도 손대지 못했던 난제를 간명한 통찰로 풀어낸 영웅적 서사의 모습은 아니다. 오히려 작가가 뉴턴의 천재성에 값싸게 찬사를 던지지 않음으로써 그 삶에서 어떤 경외감 같은 걸 자아내게 하는 담담하고 세세한 서술이야말로 책을 더욱 빛내준다.

웨스트폴이 풀어낸 뉴턴 전기는 ‘근대 과학 거장’ 뉴턴의 삶에도 예기치 못했을 갈림길의 순간들이 놓여 있었음을 보여준다. 글을 배울 필요가 없어 문맹에 가까웠던 넉넉한 자작농 집안에서 태어난 뉴턴이 타고난 농사꾼의 길과는 달리 문법학교(요즘의 중등교육기관)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외가 쪽의 영향 덕택이었다. 중도에 학업을 그만두고 고향에서 어머니를 도우며 농삿일을 배워야 했던 일이나 주변 어른들의 도움으로 학교로 되돌아간 일도 먼 훗날 보편중력의 발견자가 될 그의 삶에서 중요한 갈림길이었다. 뛰어난 성적으로 케임브리지대학에 들어간 뉴턴은 주목받지 못하는 외톨이였다. 당시에 느슨한 학사 관리는 옛 학문 과목에 얽매이지 않고서 당시에 갈릴레오, 데카르트 같은 거장이 개척하는 새 학문의 세계에 빠져들 틈을 마련해주었다. 역병 때문에 대학이 문을 닫은 2년 가까운 시간은 젊은이 뉴턴이 새 과학의 기초를 닦고 발견의 실마리를 쌓는 기회가 되었다.

당연히 이 책에서 과학의 거장, 뉴턴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주는 정점이라 할 대목은 근대 과학혁명의 종합판과도 같은 역작 <프린키피아>(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의 집필 과정을 다룬 10장일 것이다. 나서길 좋아하지 않았던 뉴턴은 에드먼드 핼리의 적극적인 지원과 도움으로 고전역학의 운동 법칙과 보편중력 이론을 체계화하는 저술 작업에 몰입하는데, 작가는 뉴턴이 사회와 단절해 책 집필에 빠져들던 당시 모습을 생생히 전한다.

‘과학자’라는 전문직업이 따로 없던 시절에, 당연히 뉴턴도 과학자로만 산 것은 아니었다. 명예혁명으로 출범한 임시의회에서 1년간 의원으로서 의정 활동을 한 이후 그는 조폐국에서 오랜 동안 고위직 행정관료의 삶을 살았다. 근대 과학의 무대였던 영국 왕립학회의 의장으로서 그는 과학자사회 지도자의 면모도 보여주었다.

당시에도 만만찮은 학문적 경쟁 장면도 생생하게 재구성됐다. 뉴턴은 발표 논문들을 둘러싸고 검증 논쟁, 심지어 표절 논란에 시달렸으며, 특히 미적분을 누가 먼저 창안했느냐를 두고 라이프니츠와 벌인 오랜 ‘우선권 논쟁’에서 치열하게 대응해야만 했다.

작가가 찾아낸 뉴턴의 위대함이 천부적 천재성에 있지 않음은 분명하다. 뉴턴의 삶을 빛낸 것은 20대 젊은 시절에 수학, 역학, 광학 등 분야에서 이룬 산만한 업적들이 아니라 탐구 정신을 놓지 않고 집중할 줄 알았던 그가 중년 이후에 이룬 ‘종합’이었다. 작가는 뉴턴의 업적이 “신의 계시 이야기가 아니라 고난과 투쟁의 휴먼드라마”임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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