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현이 다시 벼린 도끼를 들고 왔다. 2011년 <책은 도끼다> 출간 뒤 5년여 만이다. 프란츠 카프카의 이 말에서 거듭 제목을 따왔다.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내 안의 얼음을 깬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런 도끼이려면, 어떤 책이냐 못지않게 내가 어떻게 읽느냐가 관건이 될 터여서다. <다시, 책은 도끼다>는 이 ‘책 읽는 법’에 집중한다. 예전 <책은 도끼다>와 달라진 지점이다. 전작에선 책을 읽으며 느낀 삶에 대한 태도, 창의력 등 책을 통해 책 바깥의 것들을 이야기하는 데 더 중점을 뒀단다. 이번엔 쇼펜하우어의 <문장론>, 마르셀 프루스트의 <독서에 관하여> 등 책을 대하는 태도를 다루는 텍스트, 소설 읽기의 한 경지를 펼쳐보이는 밀란 쿤데라의 <커튼> 같은 책들을 통해, 책 읽는 방식의 의미와 실제 용례를 설명하는 데 꽤 높은 비율의 공력을 들였다.
지은이가 강조하는 독법은 ‘다독’보다는 ‘다상량’이다. 한 권을 읽더라도 깊이 있게 읽고 나만의 울림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려면 ‘천천히’ 읽기가 필수적이라 본다. “읽고 있는 글에 내 감정을 들이밀어 보는 일, 가끔 읽기를 멈추고 한 줄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일, … 그런 노력을 하며 천천히 읽지 않고서는 책의 봉인을 해제할 수 없다고 나는 믿는다.” 시인 김사인의 문장도 같은 맥락으로 인용된다. “사랑이 투입되지 않으면 시는 읽힐 수 없다. 마치 전기를 투입하지 않으면 음반을 들을 수 없는 것처럼.” 사랑과 전기를 투입할 때 시, 곧 책의 언어들은 벌떡 일어서서 다가온다고 한다.
지난해 초겨울부터 올봄까지 8차례 이뤄진 강독회 내용을 바탕으로 지었다. 박웅현은 잘나가는 카피라이터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등을 썼다. 이런 재능은 자신의 책에서도 잘 발휘돼, 전작 두 권은 100쇄를 돌파했고 그의 추천 뒤 절판됐던 책이 재출간되기도 했다. <다시, 책은 도끼다>도 소개된 책들에 대한 구매욕을 잔뜩 부추기니, 이번 카피도 성공인 듯.
손원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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