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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100년 전 거울에 비추어 보는 기본소득

등록 2016-06-09 20:42수정 2016-06-10 11:29

이봉현의 책갈피 경제

사회문제의 경제학
헨리 조지 지음, 전강수 옮김/돌베개(2013)
이번주 세계는 스위스인들의 실험을 관심있게 지켜봤다. 바로 모든 성인에게 조건 없이 매달 300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도입을 놓고 국민투표를 한 것이다. 예상대로 헌법개정안은 부결됐지만 아이디어에 머물던 기본소득 개념은 이를 계기로 고려할 만한 정치적 대안으로 성장했다.

기본소득은 한 사회가 이루어낸 가치를 구성원이 함께 누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그 바탕에 깔린 것은 인간 존중이다. 기본 소득을 대가로 노동을 요구하거나 자산 심사 같은 절차를 요구하지 않는데 이는 모든 구성원이 기본적인 사회적 문화적인 삶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공상적인 얘기로 넘겼을 기본소득이 진지한 의제로 등장하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답이 없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술의 진보는 눈부시고 생산력은 월등해졌지만 삶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소득 불평등과 사회적 격차는 심해져 이제는 성장의 발목을 잡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기에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을 차지해 실업도 모자라 ‘무업(無業) 시대’가 올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기본소득을 생각하며 헨리 조지가 쓴 <사회문제의 경제학>을 읽어보면 인간의 경제문제 해결 능력은 1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나아진 게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헨리 조지가 이 책을 쓴 1883년 당시의 소품과 배우가 약간 바뀌었을 뿐인 ‘시간여행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한쪽에서는 빈곤과 결핍이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다른 한쪽에서는 생산 능력의 과잉으로 인해 곤란을 겪고 있다”고 개탄하는 헨리 조지는 “모든 사람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힘은 이미 우리 손에 있다”고 말한다.

헨리 조지에게 불평등의 원인은 독점과 약탈을 가능케 하는 구조이다. 당시에 그가 보기에 사유화할 수 없는 대상인 토지를 사유화한 것이 문제였다. 개발이나 노동으로 가치가 올라가면 그 소득을 오롯이 토지 소유자가 갖는 세상에서 일하는 사람이 허리 펼 날이 없으며 폭넓은 참여에 의한 생산력 진보도 제한된다고 본다. 그래서 그가 제시하는 것은 모든 세원을 토지세로 단일화하는 것. 이를 통해 마련한 토지기금으로 사람들에게 인권에 기반한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할 때 사회의 역동성이 꿈틀댄다고 본다.

“부의 분배가 평등해지면 노동의 사회적 유동성이 증가하고 대중의 지성은 향상되며, 임금이 상승하여 발명과 생산과정 개선의 유인도 커질 텐데, 이 또한 생산의 비약적인 증가를 자극할 것이다.” 그는 유럽에서 건너온 미국인이 인격적 성장을 한 것은 “새로운 땅과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라며 “미국과 조건이 비슷한 호주에서도 일어난 일이다. 호주에서는 범죄자의 후손은 물론이고 범죄자 자신까지도 자타가 존경할 만한 시민들로 변모했다”고 말한다.

이봉현 편집국 미디어전략 부국장
이봉현 편집국 미디어전략 부국장
기본소득 도입을 꿈꾸는 이들에게 재원 마련은 숙제다. 불로소득인 지대에 부과되는 토지세, 각종 투기소득에 대한 중과세,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차단 등이 거론된다. 물론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모든 위대한 변화는 처음엔 터무니없어 보이는 생각에서 출발했으니 좌절할 필요는 없겠다. “사회개혁은 고함과 아우성으로, 불평과 비난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 생각의 각성과 사상의 진보를 통해 달성된다.” 기본소득도 언젠가 상식이 될 생각의 진보일지 모른다.

이봉현 미디어전략 부국장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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