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 살베르그 지음, 이은진 옮김/푸른숲·2만원 “적게 가르쳐야 많이 배운다”, “시험이 적을수록 많이 배운다”, “다양성을 확대해 형평성을 높인다”. 우리나라의 교육자가 이런 말을 하면 자칫 ‘뚱딴지 소리’라는 비난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그게 한 나라의 교육 정책이라면 더욱 의아스러울 테다. 그런데 교육시스템과 학업 성취도에서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나라가 그렇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바로 ‘핀란드의 역설’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놀리자는 건 아니다. <핀란드의 끝없는 도전>은 핀란드가 30년에 걸친 논쟁과 실험의 축적으로 일궈낸 교육 현장의 성공 비결을 생생하게 담아낸 책이다. 공교육 제도에 대한 위기의식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런 경우 교육 당국은 시장경쟁 논리에 바탕을 둔 강경책을 찾기 쉽다. 핀란드의 교육 전문가인 지은이는 그러나 “경쟁을 강화하고, 더 많은 데이터를 참조하고, 교원노조를 폐지하고, 차터스쿨(자율형 학교)을 늘리고, 기업경영 모델을 도입하면 위기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사실은 정반대다. 이 책의 핵심 메지지는 “시장 중심의 개혁과는 전혀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교사 인력을 개선하고, 시험 횟수를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책무성보다는 책임과 신뢰를 더 중시하고, 모든 아이가 공평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투자하고, 학교와 지역 단위의 교육 주도권을 경험이 풍부한 교육 전문가에게 이양하는 방식이 포함된다. “누구나 원하는 만큼 배울 수 있”으며 “모두가 성공하고 아무도 실패하지 않는다”는 꿈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되기까지는 치열한 개혁 노력이 있었다. 1956~59년 다양한 정치 노선을 포함하는 학교프로그램위원회는 200번의 회의 끝에 통합교육시스템을 구축했다. 1980년대 중반 능력별 반 편성을 폐지하고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학습목표를 설정한 이후엔 우등생과 열등생의 격차가 줄기 시작했다. ‘하향 평준화’라는 일부의 반발은 기우에 그쳤다. 핀란드의 꿈, 역설, 강점, 가치, 미래 등 5부로 짜인 책에는 핀란드 교육의 풍부한 경험과 교훈, 끊임없는 도전이 살아 숨쉰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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