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감정 정치
임옥희 지음/도서출판 여이연·2만2000원 여/성이론 34호 - 2016 여름
도서출판 여이연·1만5000원 ‘여성혐오’(여혐) 논란이 불붙은 지난해를 ‘페미니즘 원년’이라고들 한다. 그 시작에는 이슬람국가(IS)로 간 청년이 있었다. 그는 사회관계망에 “페미니스트를 증오한다. 그래서 IS를 좋아한다”는 글을 올렸고, 이 사실이 알려지자 ‘페미니스트’란 낱말은 단숨에 포털사이트 검색어 1순위에 올랐다.
<젠더 감정 정치>의 지은이 임옥희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는 “여성혐오가 시대정신”이라는 말로 현재를 진단한다. 책은 약자들이 서로를 벌레(○○충)로 여기면서 혐오를 발산하는 시대, 세계적 추세처럼 보이는 페미니즘 혐오 현상과 자본주의의 관계를 우선 해명한다. 경제적 ‘공포’, 다문화사회에 대한 ‘불안’, 계층상승 좌절로 인한 정치적 ‘혐오’는 심리적 공황으로 이어져 여성혐오와 연결된다.
문학작품, 영화를 검토하며 젠더의 관점에 따라 ‘감정’을 재해석, 재배치하고 있는 이 책에서 눈에 띄는 지점은 페미니즘 운동의 ‘현재’와 ‘미래’를 묻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남성은 주체적·폭력적·독립적이며 여성은 모성적·평화적·관계적이라는 관점을 ‘젠더의 정치경제’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여성의 폭력성을 인정하되 비인격적이고 불평등한 힘을 해체하는 ‘대항폭력’으로 활용할 것을 고민해야 한다는 제안은 여러 질문이 잇따르지만 새롭다. 여성이라는 이름만으로 연대하자는 구호가 공허하게 들리는 시대에 대한 사유도 마찬가지다.
지은이는 젠더를 넘어 이상적 자아를 재활용해야 한다는 마사 누스바움의 주장을 책 마지막에 담았다. 품위 있고 교양 있는 보편주체라는 이상을 백인 남성 부르주아의 것이라며 버리고 말 것인가? 페미니즘은 열정과 사랑의 회복과 함께 그런 이상을 되살리는 일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은이는 밝힌다. 결국, ‘감정의 젠더정치’는 ‘페미니즘 정치성’과 미래를 찾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가 펴낸 <여/성이론>도 함께 볼만하다. 이번 여름호 기획특집은 위축되었던 여성들이 여성혐오문화에 저항하며 선택한 ‘유머’ 그리고 ‘쓰기’(양경언), 파퓰러 페미니즘(손희정), 개그우먼 ‘김숙’ 현상(심혜경)까지 세 편의 글을 실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중 페미니즘들에 대한 분석이 봇물 터진 듯 보이는 것은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손희정은 남성연대 대중문화(‘개저씨 엔터테인먼트’) 속에서 젊은 여성들이 대중문화를 운동의 장으로 활용하고, 대중문화가 페미니스트를 만들어 내고 있는 상황에 눈길을 준다. 페미니스트 의식화(‘코르셋 벗기 또는 벗기기’)가 거듭되면서 ‘여혐’에 저항하는 ‘전사’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심혜경의 지적처럼 “남자가 돈 쓰는 거 아니야”라며 기존 남녀 성역할이 아무것도 아님을 폭로하는 ‘가모장숙’ 캐릭터, 김숙의 활약은 어디까지 계속될까. 분명한 건, 이런 흐름 속에서 여성들은 계속 말하고 쓸 것이라는 점이다. ‘메갈리안’의 쓰기 전략에 대해 분석한 양경언의 말은 여성혐오를 대하는 여성들의 자세나 다름없다. “쓰기 활동은 우리를 어디로든, 어디에든 데려갈 것”이기에 격렬하게, 더,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들은 페미니즘을 어디로 데려갈까.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임옥희 지음/도서출판 여이연·2만2000원 여/성이론 34호 - 2016 여름
도서출판 여이연·1만5000원 ‘여성혐오’(여혐) 논란이 불붙은 지난해를 ‘페미니즘 원년’이라고들 한다. 그 시작에는 이슬람국가(IS)로 간 청년이 있었다. 그는 사회관계망에 “페미니스트를 증오한다. 그래서 IS를 좋아한다”는 글을 올렸고, 이 사실이 알려지자 ‘페미니스트’란 낱말은 단숨에 포털사이트 검색어 1순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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