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 대 이슬람 - 실패한 관계의 역사
루드비히 하게만 지음. 채수일·채해림 옮김. 심산 펴냄. 1만8000원
루드비히 하게만 지음. 채수일·채해림 옮김. 심산 펴냄. 1만8000원
잠깐독서
그리스도인과 무슬림의 적대는 두 종교의 역사와 함께 한다. 게다가 이 역사는 현재적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신의 이름으로’ 이뤄졌다. 과격 무슬림들의 테러도 신의 이름을 빌리기는 마찬가지다.
<그리스도교 대 이슬람>(심산 펴냄)은 두 종교의 대립을 성찰한다. 신학과 이슬람학을 함께 공부한 지은이가 보기에 두 종교는 “경쟁과 대결, 정복과 탈환, 전쟁과 전투, 대량학살과 피바다의 역사”를 갖고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도 (서구 세계에는) 일종의 ‘반꾸란적 광견병’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몇몇 독자들에겐 실망스럽겠지만, 이 책은 두 종교간에 펼쳐진 ‘피의 대립’을 되짚는 역사서는 아니다. 11세기 십자군 전쟁이 잠시 언급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리스도 신학이 이슬람에 맞서 어떤 논리를 개발해 ‘변증’했는지를 보여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슬람을) 독창적이고 자생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이단적 그리스도교의 가르침 또는 사이비 종교로 낙인찍으려는 목적”으로 진행된 여러 신학 이론을 살피는 ‘신학의 역사서’라는 목적에 충실하다.
두 종교의 적대적 인식은 “한편으로는 극단적 무슬림들에 의해 조장됐고, 한편으로는 그리스도교 근본주의자들에 의해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굳이 근원을 따지자면 “일찍이 이슬람에 대한 적대상을 확대시킨 것은 그리스도인들”이라는 게 지은이의 생각이다. 그래서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신학자들과 그들의 저서를 통해 그 ‘적대상’의 실체를 파고든다.
토마스 아퀴나스가 <신앙의 근거들>이란 책을 통해 이슬람과의 ‘지적 대결’을 본격화했고, 종교개혁을 이끈 마틴 루터가 이슬람을 “종말기의 적그리스도적 권세”로 해석했다는 사실 등은 흥미롭다. 이슬람과 지적으로 대결하려는 흐름은 계몽의 시대 들어서야 조금씩 변화를 겪는다. 두 종교의 공존을 위한 노력의 한 성취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다. 공의회는 ‘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을 채택하고 “교회는 무슬림 또한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 책이 이슬람에 대한 그리스도 신학의 문제의식만 담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같은 시기, 무슬림들은 그리스도인들을 어떻게 생각했던 것일까.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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