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혼자 5년간 1100단어 정리
나열 넘어 뜻·쓰임새 상세 풀이
“느낌 차이 정확히 알고 썼으면”
나열 넘어 뜻·쓰임새 상세 풀이
“느낌 차이 정확히 알고 썼으면”
기획 숲노래, 글 최종규/철수와영희·2만5000원 사전을, 그것도 우리말 유의어(비슷한말) 사전을 새로 내는 일은 완곡하게 말해 모험이다. 솔직히 도박이라고 해야 맞다. 종합 국어사전도 안 팔리는 검색 만능의 시대에 유의어 사전이라니. 기왕에 국어사전을 펴낸 출판사들, 나랏돈으로 세운 국립국어원에서도 유의어 사전은 낸 적이 없다. 실제로 영어 ‘search’와 ‘find’의 차이는 사전 뒤적이며 찾아도, ‘건사하다’ ‘간수하다’ ‘간직하다’는 구별 않고 쓰는 것이 다반사다. 꽃봉오리는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이고, 꽃몽우리는 “한창 여무는 꽃봉오리”이며, 꽃망울은 “아직 어린 꽃봉오리”라고 일일이 가려 쓰지 않더라도 한국 사람끼리는 대충 알아듣는다 생각한다. 그러니 유의어 사전 따위를, 그것도 개인이 내는 일은 영락없이 “바보스러운 짓”이다. 얼마 전 나온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은 최종규(41) 작가가 5년 동안 벌인 ‘바보짓’의 성과물이다. 동시에 독보적인 성취다. 여태 이런 사전은 없었다. 그간 우리말 유의어 사전이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비슷한말들을 열거하고 말아 이름이 무색했다. 예컨대 ‘다부지다’를 찾으면 유의어로 암팡지다, 암팡스럽다, 앙세다, 야무지다, 옹골차다를 나열하는 데 그쳤다. 반면, <… 꾸러미 사전>은 비슷한 뜻을 지닌 여러 단어의 뜻을 세세히 풀고 실제 쓰임새를 설명하면서 차이까지 보여준다. <…사전>을 보면, ‘마련하다’와 ‘장만하다’는 같은 듯 다르다. “무엇인가 헤아려서 갖출 때에는 ‘마련하다’라 하고, 사거나 만들어서 갖출 때에는 ‘장만하다’라 합니다. (…) 아직 없거나 다 떨어져서 새로 갖추어야 한다고 할 적에 ‘장만하다’를 써요. ‘마련하다’는 ‘장만하다’와 뜻은 거의 같지만, 무엇을 갖추어야 할까 하고 오래도록 살피고 생각한다는 느낌을 담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1100단어를 264개 꾸러미에 정리해냈다. 책 쓴 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전> 머리말에 ‘종이책으로 사전을 내는 일은 바보스러운 짓’이라고 하고도 책을 냈다. “비슷한말은 비슷하게 쓰는 말이지 같거나 똑같이 쓰는 말이 아니다. 조금씩 다르게 쓰이기 때문에 비슷한말이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 기존 국어사전들에선 비슷한말을 거르지 못해 뜻풀이가 빙글빙글 서로 물려 돌아가는 ‘돌림풀이’가 됐다. 우리말이니 느낌으로는 그 차이를 알아도 어느 자리에 어떻게 쓰이는지는 정확히 모르는 게 현실이다. 각 단어의 느낌 차이를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분명히 알고 쓸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보기(용례)와 뜻풀이도 전부 새로 썼다.” -우리말 유의어 사전은 처음 아닌가? “90년대 초반 김광해 서울대 교수가 느낌이 비슷한 단어들을 범주별로 묶어 책을 낸 적이 있다. 그분은 비슷한 말을 뉘앙스 차이라고 했는데, 아무튼 그 책이 처음이다. 그 뒤론 (유의어 사전이) 나온 적이 없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쓴 최종규씨가 전남 고흥의 한 폐교를 개조한 도서관에서 책을 들고 서 있다. 사진 김자윤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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