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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고독하지만 독립적인 비평에의 꿈

등록 2016-06-23 22:29수정 2016-06-23 22:34

비평의 고독
권성우 지음/소명출판·2만7000원

지난해 표절과 문학권력 논란은 상대적으로 비평 현장에서 멀어져 있었던 평론가들을 다시 불러내는 구실을 했다. 김명인·김진석·권성우·오길영·이명원 등이 그들이었는데, 이들에게는 ‘실제 비평 작업에 열심이지 않으면서 추문이 터질 때만 나타나서 목소리를 높이는 불청객들’이라는 딱지가 붙기도 했다. 물론 이들이 비판 대상으로 삼은 문단 주류가 붙인 딱지였다.

그 가운데 한명인 권성우(사진) 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 교수는 8년 만에 낸 비평집 <비평의 고독>에서 “청탁제도나 특정한 문학매체(집단)에 관계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비평을 쓴다는 것”의 어려움과 쓸쓸함을 토로한다. 주례사비평이나 온정주의적 비평을 거부하고 독립적인 비평을 추구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비평의 고독>에 붙인 머리글에서 권 교수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애정과 칭찬 못지않게 균형 있는 비판과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정환의 시를 비판한 김사인의 서평을 대상으로 삼은 글 ‘아름다운 비판을 위하여’ 말미에서 그가 “칭찬하는 일이 지닌 위험성은 비평가가 자신의 신용을 잃게 된다는 데 있다”는 발터 베냐민의 비평관을 소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 놓인다. 칭찬과 숭배가 곧 비평이라는 식의 태도에 권 교수는 날카롭게 각을 세운다.

권성우 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 교수. 이정아 기자
권성우 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 교수. 이정아 기자

<엄마를 부탁해>의 해외 성공으로 신경숙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2012년에 발표한 글 ‘신경숙은 세계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인가’에서 그가 “이즈음의 신경숙 글쓰기를 접하면서 어떤 허기와 공허함,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지성과 역사의 울창한 숲을 제대로 통과”하라는 조언을 건넬 때, 김훈 소설 <공무도하>가 뿜어내는 아름다움과 매력에 감탄하면서도 “비루하고 치사하기 그지없는 인간들의 선의와 희망과 투쟁을 따뜻하게 감싸안는” ‘변화’를 주문할 때, 김연수 소설 <밤은 노래한다>의 미학적 자질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문학 내부에 한정된 텍스트주의의 부정적 징조”를 지적할 때 그의 비평적 균형감각은 빛을 발한다. 김훈의 또 다른 소설 <내 젊은 날의 숲>과 조정래 소설 <허수아비춤>을 다룬 글에서 그는 ‘정치적 올바름은 미학적 품격과 만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거듭 파고든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아쉬움을 드러낸 두 작품과 달리 최인훈 소설 <화두>와 김석범의 일본어 소설 <화산도>에 대해서 권 교수는 거의 유보 없는 지지를 보낸다. 김석범뿐만 아니라 서경식·유미리·강상중의 일본어 작품들, 그리고 이어령·최인훈·장석주 등의 에세이를 비평 대상으로 삼은 데에서는 “비평의 대상이 확장되어야 한다”는 지은이의 비평관을 엿볼 수 있다.

글 최재봉 기자,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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