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지음/풀빛·1만2000원 1857년 미국은 ‘미주리 협정’에 의해 남부는 노예제를 허용하고 북부는 노예제를 금지하고 있었다. 남부에서 태어난 흑인 노예 드레드 스콧은 주인을 따라 북부로 이사해 자유의 몸이 됐다가 주인이 죽자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는 북부에서 사는 동안 노예 신분은 무효가 됐기 때문에 남부에서도 노예가 아님을 인정해 달라고 소송을 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미주리 협정은 백인들의 사유재산권(=노예)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위헌”이라며 스콧은 자유인이 아니라 ‘주인의 재산’이라고 판결했다. 이로 인해 노예제에 대한 북부의 반감이 폭발했고 1861년 남북전쟁 발발까지 이어졌다. 사유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헌법 가치를 노예제도 유지 목적에 끌어다 쓴 이 판결은 미 역사상 최악의 판결로 기록되고 있다. 이 판결은 헌법정신이 무엇인지, 헌법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삶이 얼마나 크게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김영란의 열린 법 이야기>에서 저자는 역사적 사례를 포함해 소설·영화 속 이야기를 제시하며 법치주의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그가 대법관 시절에 판결에 참여했던 김 할머니 존엄사 인정 판결, 사학 내 종교의 자유 인정 판결 등도 언급하며 법이 개인의 삶에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 우리가 어떤 법치주의를 선택할 것인지 생각하도록 한다. 저자는 이 책이 “현재 민주주의가 마주한 문제까지는 파고들지 못했다”고 한다. 모범답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독자들이 각자의 현실 문제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지침서로 볼 수 있다. 지난 2월 비행청소년 시리즈 10번으로 출간된 책의 일반인 보급판.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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