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미스의 여왕’으로 불리는 일본의 추리 작가 미나토 가나에(사진)가 신작 <리버스> 한국어판 출간에 맞추어 처음 한국을 찾았다. 일본어로 “싫다”는 뜻을 지닌 ‘이야’와 미스터리의 줄임말인 ‘미스’를 합쳐 만든 말 ‘이야미스’란 읽고 나서 불쾌한 느낌이 드는 추리소설을 가리킨다. 13살 소년의 살인 범죄를 다룬 데뷔작 <고백>(2008)이 대표적인데, 일본에서만 320여만부가 팔리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흥행에 성공한 이 소설은 한국에서도 16만부가 팔렸다. <고백>과 <리버스>를 포함해 미나토의 소설 12종이 번역 출간될 정도로 그는 한국에도 많은 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2일 입국해 서점과 극장 등에서 사인회와 낭독회 등에 참석한 미나토는 4일 낮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작 <리버스>와 자신의 작품 세계 등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고백>을 비롯한 제 소설은 보통 여성 화자의 고백 형식을 취합니다. 이번 책 <리버스>에서는 처음으로 남자 주인공 다섯명을 등장시켰고 그 중 한 명인 후카세가 화자가 돼 이야기를 끌어 가게 했어요. 흔히 여자는 질투와 시기심이 많고 감정이 질척거리며 남을 의식하는 반면 남자는 그렇지 않다고들 생각하는데, 오히려 남자가 그런 점이 많다는 점을 이번 소설에서 그리려 했어요.”
어려서부터 가까웠던 남자 다섯이 대학 4학년 때 여행을 떠났다가 그 중 한 명인 히로사와가 사고로 죽는다. 그로부터 3년 뒤 직장인이 된 주인공 후카세의 여자친구에게 “후카세는 살인자다”라는 편지가 배달된다. 작가는 서로 성격이 다른 다섯 남자의 우정, 그리고 히로사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서술로 풀어낸다. 소설 제목 ‘리버스’(reverse)는 영화 필름을 되돌려 감듯 거꾸로 진행하는 서술과 사건 추적 방식을 가리킨다.
“제가 생각하는 ‘이야미스’는 나쁜 사람이 웃으면서 끝나는 미스터리예요. 그런데 <고백>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 소설에서는 악인이 웃지는 않거든요. 그래도 ‘여왕’이라는 별명에는 감사 드립니다. 어쨌든 ‘여왕’이란 대단한 거니까요. 사실 최근에 저는 훈훈한 결말을 지닌 소설도 많이 썼어요. 작년 5월 <리버스>를 내고 나서 들은 독자 반응 중에 ‘돌아와 주셨군요. 기다렸습니다’ ‘앞으로도 심란한 작품을 써 주세요’라는 게 있었어요. 제 소설에서 독자들이 좋아하는 것도 주로 이야미스 계열입니다.”
미나토는 “일본의 서적 도매상에서 분류하기를 <고백>과 <리버스>가 이야미스라는 측면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평을 받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리버스>는 꽃미남 배우들이 출연하는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라는 말로 기자간담회를 마쳤다.
글·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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