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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에 깔려 죽을지라도

등록 2016-07-07 19:15수정 2016-07-15 15:28

책거리
갖고 있는 신간을 일부러 몇권 더 살 때가 있습니다. 좋은 책이 초판 1쇄에 그치면 안되니까요. 구입한 책은 ‘임자’가 보일 때 선물하죠. 누구한테 어떤 책이 어울릴까 곰곰 생각해보는 것도 즐거운 고민입니다. 문제는, 책을 둘 곳이 점점 없어진다는 겁니다.

지난 1월,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의 애장 도서전이 생각 납니다. 남 전 장관이 기증한 도서 1만여권을 실은 탑차들이 신문사 앞에 길게 늘어선 것부터 장관이었습니다. 동네 어르신들께서 구경하러 오셨을 정도니까요. ‘책 애호가’라면 책팀 한승동 선배도 만만찮습니다. 작년 가을께 사무실 리모델링을 하기 전, 10년 동안 쌓아올린 책의 높이가 사람 키를 훌쩍 뛰어넘었죠. 가끔 책이 무서운 소리를 내며 무너질 때면 ‘책 동굴’에 살다가 깔려죽은 박쥐 따위가 나오지 않을까 유심히 살펴 보곤 했습니다. 책 무더기 앞에 위태롭게 앉아 있던 최재봉 선배도 “생명에 위협을 느낀다”며 넌지시 ‘항의’ 했습니다. 높다란 책장들이 사무실에 새로 들어온 뒤 책팀에는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파주출판도시에 형성된 책더미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서점 반품, 재고품으로 팔지 못하는 책은 중고로 나갈까봐 기부도 못하고 그냥 버려진다 합니다. 저 쌓인 책더미 안에는 누군가 간절히 보고자 하는 책이 있겠지, 생각하면 착잡합니다. 요즘은 시장성이 없다며 일찌감치 절판되는 책들도 너무 많습니다. 물론 책도 버려질 수 있는 상품입니다. 하지만 어떤 책은 ‘시장’과 무관하게 살아남아야 합니다. 책의 생명을 연장하는 방법은 책을 사는 일입니다. 책에 깔려 죽을지언정 당장은 무조건 쌓는 게 정답 아닐까, 생각하는 까닭입니다.

이유진 책지성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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