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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상식 투쟁’에 생을 완전 연소한 이들

등록 2016-07-07 19:17수정 2016-07-07 19:31

잠깐 독서

가만한 당신
최윤필 지음/마음산책·1만5000원

‘가만한’이란 형용사가 주는 낯선 울림처럼, <가만한 당신>은 ‘가만히’(움직임 따위가 그다지 드러나지 않을 만큼 조용하고 은은하게) 자신의 “생을 거의 완전 연소”하고 ‘가만한’(움직이지 않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아니한 상태가 된) 채 남은 서른다섯 명의 부고다. 최윤필 <한국일보> 선임기자가 2년여간 지면에 연재한 부고 기사를 묶었다. “떠난 자리에 잔물결도 일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을 편파적으로 주목”했단다.

차별과 억압에 맞서 싸웠지만 알려지지 않았기에 더 알려져야 하는 이들이다. 델 윌리엄스(1922~2015). 그는 1970년대초 여성 최초로 뉴욕 중심부에 섹스토이숍을 열고 보란듯이 성공했다. “성적으로 억압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억압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며 여성들에게 주체적인 성 의식을 전파했다. 하요 마이어(1924~2014). 아우슈비츠 생존자로서 이스라엘의 시오니즘 비판에 나섰던 유대인이다. “피곤하게 살겠다”는 약속을 눈감을 때까지 지켰다. 이륙 73초 만에 폭발해 7명의 승무원이 전원 숨진 우주왕복선 챌린저 고체로켓추진체 제작 기술자였던 로버트 이블링(1926~2016)은 30년 전, 참사를 예견하고 발사를 막으려 했지만 결정권자를 설득하지 못했다. 숨지기 직전 나사(NASA)의 사과를 요구하며 비로소 소임을 다한다.

이밖에도 모성이라는 환상을 깬 바버라 아몬드, 동성혼 법제화를 위해 싸운 니키 콰스니, 이단자라는 오명 속에 존엄사 합법화에 나선 제럴드 라루 등의 삶이, ‘팩트’로 쌓아올린 지은이의 필력을 따라 되살아난다. 동시대사를 읽어내는 건 덤이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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