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페 판 파레이스 벨기에 루뱅대 교수
필리페 판 파레이스 지음, 조현진 옮김/후마니타스·2만5000원 ‘기본소득’ 논의의 교과서로 여겨지는 필리페 판 파레이스 벨기에 루뱅대 교수(사진)의 <모두에게 실질적 자유를>이 번역돼 나왔다. 때맞춰 그도 참가하는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제16차 대회가 7일부터 9일까지 서울에서 열린다. “하나,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는 용납할 수 없는 불평등으로 가득 차 있다. 둘, 자유는 최고로 중요한 것이다.” 이렇게 출발한 논의의 ‘종착역’은 물론 기본소득이다. 1995년 옥스퍼드대 출판부에서 초판을 낸 이 책에서 판 파레이스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형식적 자유가 아니라 실질적 자유를 공정하게 분배하려면 생계유지가 가능한 수준의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도 현금으로. 각자의 자산을 조사하거나 근로를 전제하는 따위 ‘조건’이 붙어서는 안 된다. 당연하게도 가장 바람직한 정치체제는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가 아니라 이 ‘실질적 자유’를 제일 잘 보장해주는, 다시 말해 “지속 가능한 최고의 무조건적인 소득을 제공할 수 있고 또한 실제로 이를 제공하는 정치체제”다. 이론적, 현실적으로 여러 비판이 없을 수 없다. 기본소득을 지탱할 막대한 재정은 어디서 나오나, 왜 일하는 사람들이 노는 자들까지 먹여 살려야 하는가, 분배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은 자본주의 ‘연명’을 위한 개량주의적 술수 아닌가, 가사노동이나 돌봄노동에 여성들이 안주하게 할 위험은 어찌할 것인가 등등. 책이 500쪽을 훌쩍 넘긴 까닭은 이런 반론들을 재반론하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했기 때문이다. 판 파레이스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좌파가 21세기에도 “여전히 자유보다 평등을 우선시하는 함정”에 빠져 있다며, 지금은 “근시안적 저항을 넘어서는 담대한 비전을 분명히 하고”, “자유에 최상의 중요성을 부여하는 급진적 관점을 정식화해야 할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썼다. 9일까지 사흘 동안 서강대 다산관에서 열리는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격년차 총회에 참석하러 서울에 온 그는 6일 기자회견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반발은 ‘어떻게 일하지 않는 이에게 돈을 줄 수 있느냐’는 도덕적 문제가 핵심”이라며 “답을 알고 싶으면 한국어로 출간된 내 책을 읽으시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의 프로그램은 준비위 누리집(bien2016.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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