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분석 보고서
“‘남자다움’ 압력 시달려”
폭력 대물림 구조도 문제
“‘남자다움’ 압력 시달려”
폭력 대물림 구조도 문제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오찬호 지음/동양북스·1만4500원 혼자 있고 싶은 남자
선안남 지음/시공사·1만4500원 하나같이 다들 제멋대로-본격 남자 망신 에세이
권용득 글·그림/동아시아·1만3000원 ‘남자’와 관련된 책 3권이 동시에 출간됐다.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는 사회학 연구자 오찬호(38)가 쓴 한국 남성 보고서.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2013) <진격의 대학교: 기업의 노예가 된 한국 대학의 자화상>(2015)을 잇는 ‘자화상’ 시리즈 3탄이라 해도 좋겠다. 군대, 남학교, 동성 친구 집단 안에서 폭력, 명령, 복종, 수치심을 내면화하며 어떻게 한국 사회에서 지배적인 남성성이 탄생하는지를 그렸다. 보수적인 지역에서 나고 자란 지은이는 남성중심문화에 길들여져 “너 마초 아니었어?”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 그런 본인의 경험담을 돌아보며 남녀 모두가 불행해지는 구조를 분석한다. “한국 사회에서 남자들은 ‘폭력을 참아가면서’, ‘수치심을 느끼면서’ 남성이 되어간다.” 개인들이 집단의 구성원이 되면 ‘공동체’의 질서나 유지에 복무하는 괴물이 되고, 폭력을 우리(We)라는 우리(cage)에 은폐시킨다는 것이다. 남학생들의 성기를 주물럭거리고 일상적으로 매질하는 폭력 교사들의 행태 등 남성 개개인이 군대나 학교 등에서 폭력을 학습하고 대물림하면서 희생양이 된다는 점도 빠뜨리지 않는다. 특히 ‘여자다움’ ‘남자다움’이라는 고정관념을 비판한다. “여성혐오는 (…) 한국 사회의 이상한 ‘남자다움’을 맹목적으로 강요받았던 누군가가 ‘여자다움’에 길들여져 있지 않은 사람에게 불만을 느껴 ‘인간다움’을 넘어선 행동을 했음을 의미한다.” 종교라는 ‘성역’까지 건드린다. “전지전능한 절대자의 성(sex)은 남자(male)일까?” 기도밖에 할 게 없는 여자들이 ‘호구’가 돼 종교의식에서 들러리를 서는 것도 문제고, 여자 신도들이 신자 이전에 시민의 역할을 교회 안에서 하지 않아 ‘막말 성직자’가 생긴다고도 비판한다. 남녀 모두 불편해할 부분이 없지는 않다. 추천사를 쓴 서민 교수도 언급했지만 “‘설현’이라는 아이돌이 원체 끝내준다(?)길래, 한번 검색해보니 가소롭다” 같은 말들이 그렇다. 한국 사회가 당연시해온 차별·불평등·‘갑질’에 도전하며 위계구조의 이면을 폭로하는 솜씨, 옆구리를 훅 파고드는 직설적인 어조는 변함없다.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를 쓴 사회학 연구자 오찬호는 군대, 남학교, 동성 친구 집단 안에서 폭력, 명령, 복종, 수치심을 내면화하며 한국 사회에서 지배적인 남성성이 탄생하는 과정을 분석했다. 동양북스 제공
부모한테서 ‘가짜 독립’해 결혼한 남자들은 어릴 적 부모의 상처와 혼란에 매몰된다. 시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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