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당 최남선, 춘원 이광수 문학상 제정키로
문효치 이사장 “친일행적 때문에 문학 가려져선 안돼”
문효치 이사장 “친일행적 때문에 문학 가려져선 안돼”
국내 최대 문인 단체인 한국문인협회(문협·이사장 문효치)가 친일 행적으로 비판 받는 육당 최남선(1890~1957)과 춘원 이광수(1892~1950)의 이름을 단 문학상을 제정하기로 했다.
한국문인협회는 지난달 26일 열린 이사회에서 육당과 춘원을 기리는 문학상을 제정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문효치 문협 이사장은 1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육당과 춘원의 친일 부분에 대해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하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작품에 대해서는 평가해야 한다”며 “한국 현대문학 초창기에 두분이 작품으로써 문학사 건설에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인데 친일 행적 때문에 문학적 자산까지 가려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문학상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협은 내년 상반기부터 두 문인을 기리는 문학상을 시행하기로 했다. 문 이사장은 “후원자가 따로 없이 협회 예산에서 상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두 상 모두 시와 기타 장르 한사람씩 두사람을 선정해 각각 100만원씩 상금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시 친일 행적으로 비판받는 미당 서정주 시인을 기리는 미당문학상도 있고, 육당문학상의 경우 몇년 전 중단되기 전까지 다른 단체에서 10여 차례 시행된 전례도 있다”며 “내년이 한국 현대소설의 효시로 꼽히는 이광수의 <무정>이 발표된 지 10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연구자들과 함께 <무정> 관련 심포지엄을 열 생각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문인협회는 1961년 창립됐으며 현재 1만3600여 문인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26일 이사회에는 협회 전체 이사 97명 중 89명(위임 33명 포함)이 참석했으며 육당·춘원 문학상 제정에 대해 별다른 이견은 없었다고 문 이사장은 전했다. 문 이사장은 “다른 문인 단체나 친일 관련 단체에서 육당·춘원 문학상 제정과 관련해 이의를 제기한다면 얼마든지 만나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협의 육당·춘원 문학상 제정 결정과 관련해 문학평론가인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국민 의식은 친일 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도리어 문학인들이 국민 의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고 서운하다”며 “상을 받는 사람도 과연 얼마나 영광스럽게 받을지 의문이고, 앞으로 누가 문협 이사장이 되느냐에 따라 두 상은 없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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