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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중국의 폭식 이면에 숨은 ‘음식 자본주의’

등록 2016-08-04 19:16수정 2016-08-04 19:34

잠깐 독서
소고기 자본주의-당신의 식탁을 뒤흔드는 머니게임
이노우에 교스케 지음, 박재현 옮김/엑스오북스·1만4800원

이 이야기는 ‘규동’이라 불리는 소고기덮밥 한 접시에서 시작된다. 일본 직장인들이 한 끼 간편하게 때우는 이 메뉴의 가격이 살짝 올랐다. 글로벌 자본주의와 머니게임이 소고기덮밥에 어떻게 작동하는지 일본 공영방송 <엔에이치케이>(NHK)의 피디가 파헤쳤다.

최근의 소고기값 폭등은 중국에서 시작됐다. 원래 중국은 소고기를 안 먹는 나라다. 선호도도 닭과 돼지보다 떨어지고, 먹어봐야 국물용으로 넣어 먹었다. 중국에 소고기 열풍이 분 이유는 ‘가족과의 등심 스테이크 식사’로 표상되는 글로벌 중산층 문화가 불어닥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는 종종 정치경제에 의해 조종당한다는 의심을 산다. 저자는 리먼 브러더스 쇼크 이후 유럽연합에 기계제품을 팔아오던 무역상들이 소고기 수입에 손을 대면서 중국의 수요가 폭증했다고 주장한다. 문화와 정치경제 사이의 선후관계는 언제나 모호하지만, 어쨌든 2014년까지 최근 5년간 중국의 소고기 수입량은 6배 늘었고 유럽연합의 소고기 소비량과 맞먹을 정도다.

이런 변화의 표면적인 시발점은 ‘중국의 폭식’ 같지만, 어쩐지 낯이 익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현상, 기업농과 공장식 축산이 지난 한세기 동안 정착, 확장된 현상이 21세기 들어 중국이 세계자본주의에 편입됨으로써 또 한번의 사이클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제 사람보다 양이 더 많이 산다는 뉴질랜드의 낙농업자들도 소를 사육하기 시작한다. 브라질의 광활한 세라두 초원이 빠른 속도로 사료용 작물인 콩이나 옥수수 밭으로 개간되고 있다. 베트남에는 이미 중국의 거대 식육 가공업체가 진출했다. 다시 한번 인간의 동물과 자연 착취는 심해지고 소비자본주의는 촘촘해진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음식자본주의’의 새 사이클을 간명하게 포착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언론인의 취재기로서 축약된 내용과 속도감 있는 문체는 장점이자 약점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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