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리카르도 팔치넬리 지음, 윤병언 옮김/홍디자인·1만5000원 한입 베어 먹은 사과=애플, 승리의 여신 날개를 상징한 스우시(swoosh)=나이키…. 시각디자인의 시대인 현대는 로고 하나로 모든 걸 상징하고, 설명한다. 연간 수백억달러의 수익을 창출한다. 코카콜라, 아우디 등 이름만 들어도 머릿속에 디자인이 떠오른다. 우리 뇌리에 깊이 각인된 시각디자인, ‘그 출발점은?’ 디자인 홍수 속에 살아가는 우리는 첨단, 명품 등 현대적인 세련미와 시각디자인을 자연스레 연결한다. 대부분 관련 서적도 모더니즘 이후 100년 정도를 디자인의 역사로 다뤄왔다. <시각디자인: 좋은 것에 담긴 감각과 생각>은 디자인의 역사를 500년 전으로 확장한다. 만토바 군주 페데리코 2세가 지은 ‘테 궁전’ 내부를 장식한 에로틱한 그림의 정밀한 복사본을 만들어 대중에게 배포한 혐의로 1524년 어느 날, 위대한 판화가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가 바티칸 감옥에 투옥된 일을 ‘최초의 디자인 관련 범죄’로 기록하면서 500년 동안 진화해온 디자인의 세계를 탐색한다. 20년 동안 ‘넌 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거니?’라는 어머니의 질문에 답해야 했다는 디자이너인 저자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 이후 인쇄된 책부터 저커버그의 페이스북까지, 알브레히트 뒤러의 복제용 회화는 물론 이케아의 가구 카탈로그, 보드카나 맥주의 술병, <시엔엔>(CNN)의 방송 화면, 로레알 화장품, 스마트폰 앱까지 우리를 둘러싼 거의 모든 것이 시각디자인의 결정체라고 주장한다. 하찮아 보이는 세금고지서나 우편엽서가 나이키 신발 광고만큼 중요한 디자인의 결과물이며, 서체나 책의 여백조차 허투루 봐선 안 될 심오한 디자인의 세계라고 속삭인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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