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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시인의 감수성으로 길어올린 ‘그 한마디’

등록 2016-08-25 19:22수정 2016-08-25 19:35

잠깐 독서
그 한마디에 물들다
김경미 지음/책읽는수요일·1만3000원

한밤 갑자기 ‘이불킥’을 하고는 잠이 확 달아나는 때가 있다. 중대하달 순 없지만 사소하지도 않은 상념 거리가 뇌신경을 긁을 때도 있다. 무언가가 필요하다. 잠을 깨우는 커피여선 안 된다. 정신줄 놓게 만드는 알코올도 아니다. 한방차는 텁텁할지 모르니 역시 제쳐둔다.

적당히 따뜻한데다 적량의 달달함을 갖추면 좋겠다. 적절히 상큼하다면 금상첨화다. <그 한마디에 물들다>가 딱 그런 과일차가 되어줄 수 있겠다.

시인의 감수성으로 문학과 철학, 미학 속 반짝이는 한마디를 끄집어낸 뒤, 나름의 생각의 자락을 더했다. 한마디의 목록은 결코 가볍지 않다. 가스통 바슐라르에게서 ‘용기의 고독’을, 요네하라 마리에게서 ‘결과는 참담했다’라는 토로를, 움베르토 에코에게서 ‘수저 발명’의 의미를 찾아낸다.

<인간실격>의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에게선 “부끄러운 추억이 밀려오면”으로 시작하는 한 문장을 끌어왔다. 그 한마디가 나오기까지 다자이가 살아온 삶의 궤적과 내면을 간결하게 보여주고는 지은이 자신의 따뜻한 단상 하나를 덧붙여 마무리한다. “수치심이며 부끄러움은 물론/ 어떤 한 가지 감정이 너무 뿌리 깊게 자리 잡는 일은/ 늘 경계해야겠습니다. (…)” 이어지는 다음 장의 한마디는 제임스 조이스의 것이다. “살고, 실수하고, 타락하고, 승리하고, 삶으로부터 삶을 재창조하는 것이다!”(<젊은 예술가의 초상>)

극한까지 내달리는 독한 사유는 애초 이 책의 지향점이 아닐 테다. 그걸 고려하면 언어의 깊이는 얕지 않다. 약간의 소녀적 감상성이 드러나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명화 40점을 함께 담았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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