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정병기 지음/갈무리·1만9000원 국내 영화 시장에서 ‘1천만 관객’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2016년 7월 집계로 우리나라 인구는 5160만여명. 이 중 영화의 주요 관객층인 20~49살 인구는 2300만명이다. 관객 1천만이 넘었다면 어지간한 사람은 영화를 다 봤다는 이야기다. 이쯤 되면 해당 영화는 예술작품을 넘어 하나의 ‘정치·사회적 사건’으로 해석된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1천만표는 당선권 진입의 고지였다. <천만 관객의 영화 천만 표의 정치: 영화로 본 재현과 표현의 정치학>은 정치학자인 지은이가 1천만명 이상 관객을 동원한 국내 영화 4편 등을 선별해 그 ‘사건’의 시대적 맥락과 의미를 분석한 책이다. 감독은 대상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관객은 영화를 소비함으로써, 다시 말해 “영화를 감상하고 토론하며 때로는 그와 관련된 사회적 행동을 수행함으로써 자신을 표현”한다. 우리나라에선 2003년 <실미도>가 1천만 관객 시대를 연 이래 지금까지 17편이 나왔다. 이 중 13편이 한국 영화다. 로맨스나 판타지 장르는 없고, 하나같이 사회성 짙은 영화라는 게 특징이다. 지은이는 일제강점기 친일파와 항일무장운동가의 대비(<암살>)에서부터 격동기를 살아낸 ‘아버지 세대’의 명암(<국제시장>), 군부독재 시절 인권변호사를 거쳐 고졸 대통령이 된 노무현의 일대기(<변호사>), 망나니 재벌 3세와 다혈질 형사의 대결이 보여주는 한국 사회의 단면(<베테랑>)에 이르기까지 대표적인 영화 몇 편을 자세히 살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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