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가 주관하고 <한겨레>가 후원하는 제3회 신석정문학상에 허소라 시인과 김수열 시인이 공동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미발표 시를 대상으로 공모하는 ‘신석정 <촛불> 문학상’에는 김기찬 시인의 시 ‘오월’이 뽑혔다.
시인 이운룡(위원장) 이향아 정희성 허형만 복효근 등 심사위원들은 지난 9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 회의실에서 심사를 거쳐 신석정문학상과 ‘신석정 <촛불> 문학상’ 수상자를 결정했다. 수상작은 허소라 시인의 시집 <이 풍진 세상>(신아출판사)과 김수열 시인의 시집 <빙의>(실천문학사), 그리고 김기찬 시인의 시 ‘오월’이다. 신석정문학상은 지난 3년간 출간된 시집을 대상으로 하며 ‘신석정 <촛불> 문학상’은 기성 및 신인의 미발표 시를 공모받아 심사한다.
이운룡 시인은 허소라 시인의 수상 시집에 대해 “고뇌하는 인간의 실존적 현상을 극복의 대상으로 노래함으로써 탈관념의 진정성을 보여주었다”고 평하며 “아울러 신석정 시인의 문학사적 위상 정립을 위하여 한평생 자료를 조사·정리·연구하고 <신석정문학전집> 발간과 석정문학관 건립을 주도한 집념과 노력도 수상 결정에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수상자 허소라 시인은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대학 시절부터 아버지처럼 곁에서 모시며 돌아가실 때까지 선생님의 많은 사랑을 받은 처지에 선생님 이름으로 된 상까지 받게 되어 이루 말할 수 없는 감회를 느낀다”고 말했다. 허 시인은 “한국 시사(詩史)의 모범과도 같은 석정 선생님이 정당한 문학사적 평가를 받지 못하셨다는 안타까움에서 선생님을 연구하고 알리는 일에 매달리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허소라 시인은 1959년 신석정 시인의 추천으로 <자유문학>을 통해 등단해 <풍장> <겨울밤 전라도> <누가 네 문을 두드려> 등의 시집과 석정 선생과 인연을 담은 산문집 <못 다 부른 목가> 등을 냈다. 전라북도문화상, 모악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전북문인협회 회장과 석정문학관 관장을 거쳐 지금은 군산대 명예교수와 연변대 객좌교수로 있다.
공동 수상작인 김수열 시인의 시집 <빙의>에 대해 심사위원인 정희성 시인은 “고향인 제주어를 잘 살리면서도 독자가 낯설지 않게 배려하며 4·3을 비롯한 사회·역사적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리하면서도 따뜻하다”고 덧붙였다. 복효근 시인도 “모든 게 중앙으로 집중되고 문학마저 서울말을 위주로 삼는 세태에 김수열 시인이 제주말을 과감하게 시에 도입한 점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김수열 시인은 “교사로 오랫동안 문학을 가르쳐왔으면서도 신석정 시인이라면 목가적 서정 시인으로만 알았는데, 수상 소식을 듣고 선생님의 시와 삶을 다시 들여다보니 서정과 현실을 아울렀던 면모가 보여서 숙연했다”며 “선생님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더 공부하고 열심히 쓰겠다”고 말했다. 김수열 시인은 제주에서 태어나 1982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빙의> 말고도 <어디에 선들 어떠랴> <신호등 쓰러진 길 위에서> <바람의 목례> <생각을 훔치다> 등이 있으며 산문집 <김수열의 책 읽기> <섯마파람 부는 날이면> 등을 냈다. 제4회 오장환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지난해 교직에서 명예퇴직한 뒤 지금은 제주작가회의 회장과 제주 문화예술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신석정 <촛불> 문학상’에 당선한 김기찬 시인은 1994년 <자유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채탄부 865-185> <피조개, 달을 물다> <바닷책>을 냈고 전북신인상을 수상했다. 제3회 신석정문학상과 ‘신석정 <촛불> 문학상’ 시상식은 다음달 8일 오후 3시 전북 부안 석정문학관에서 열린다.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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