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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성공하고 싶다면 7시간 이상 자라

등록 2016-09-17 10:41

‘허핑턴 포스트’ 창립자의 ‘수면학’
수면빚 쌓이면 절대 회복되지 않아

잠 부족 여자에게 훨씬 부정적 영향
수면장애 알츠하이머 가능성도 높여
ⓒ Peter Yang / 민음사 제공
ⓒ Peter Yang / 민음사 제공
그리스 아테네 출신으로 2005년 미국에서 <허핑턴 포스트>를 창립한 아리아나 허핑턴(사진)은 직원 3명으로 출발한 회사를 6년 만에 3억1500만 달러짜리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 여성기업인으로서 최고의 ‘성공 신화’를 쓴 그가, 11년 동안 일해온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회사를 최근 떠났다. 건강 및 웰빙 콘텐츠 플랫폼 ‘스라이브 글로벌’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게다가 그는 미국 전역을 돌며 숙면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일중독일 것 같은 여성기업인이 뜬금없이 웬 수면? 자신의 경험이 반영된 결과였다고 한다. 신생 회사 경영자로서 2007년 그는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대부분이었고, 낮에는 완벽한 엄마 노릇을 하려 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갑자기 쓰러졌다. 기절해 넘어지면서 책상에 얼굴을 부딪쳤고, 광대뼈에는 금이 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몸은 피투성이였다. <수면혁명>(정준희 옮김, 민음사)을 집필한 까닭도 ‘과로사’ 근처까지 갔던 그가 자신의 체험 속에 깨달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면학자가 썼대도 믿을 만큼 꼼꼼한 팩트로 가득찬 이 책에서 그는 ‘잠이야말로 인생의 열쇠’라고 강조한다.

2015년 시엔엔(CNN)닷컴은 ‘잘 것인가, 아니면 죽을 것인가’(Sleep or Die)라는 제목의 기사를 낸 바 있다. 충분한 수면은 생사를 가르는 문제라는 것이다. 2014년 미국의 설문조사를 보면 미국인 40% 이상이 그해 동안 단 하루도 휴가를 쓰지 않았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노동자 5명 중 1명이 수면부족으로 결근하거나 지각했다고 한다. 캐나다에서는 노동자 26%가 수면부족으로 병가를 냈다는 결과도 책은 소개한다.

성별로도 차이를 보인다. 미국 듀크의료센터 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여자들의 경우 스트레스·적대감·우울증과 분노 같은 감정이 수면 부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남자들은 같은 실험 결과 감정과 수면 부족 사이 별 관계성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여성이 남성보다 더 감정적이라는 성별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듯한 실험 결과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무거운 짐을 진 여자들의 처지를 설명하는 지은이의 말에는 수긍이 간다. 돌봄과 가사노동으로 인한 기혼여성들의 잠부족은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것이다.

아리아나 허핑턴은 산업혁명 이후 인공조명으로 밤을 정복한 인류가 야간 시간을 ‘현금화’했고, 자본주의가 노동자의 수면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었다고 본다. 특히 미국에서 자지 않고 일하는 것은 남자다운 행동, 힘의 상징, 영웅다운 각성, 남자다운 활력으로 일컬어졌다. 반대로, 수면은 남자답지 못하거나 나약한 인간의 표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1914년 10월 에디슨은 <뉴욕 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자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짓이고, 나쁜 습관이다”라고 말했다. 무지한 발언이었던 셈이다. 스웨덴 웁살라대 연구를 보면, 수면장애가 있다고 보고한 사람들이 알츠하이머에 걸릴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5배 높았다.

지은이는 잠이야말로 성공비결이라고 한다. 매일 7시간 이상 자면 주의력·집중력이 높아지고 자는 동안 뇌 속 유해한 화학물질과 독소를 청소하는 기능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수면시간을 늘리면 심장마비, 뇌졸중, 당뇨, 비만 등 질환 가능성도 낮아지며 작업중 사고발생 우려도 줄어든다. 학생들의 등교나 수업시작 시간을 늦추었더니 성적과 주의력이 향상됐다는 보고도 있었다고 책은 밝힌다.

이 책이 제안하는 ‘수면 혁명 10계명’은 △매일 7시간 이상 잠을 잘 것 △침실은 어둡고 시원하게 할 것 △잠들기 30분 전부터 전자기기를 쓰지 않을 것 △침실 주변에서 스마트폰을 충전하지 말 것 등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지금 당장 자고 싶다면 주저 말고 책을 덮어라!” 독서보다 잠이라는 얘기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 Peter Yang/민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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