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아라 노렌자얀 지음, 홍지수 옮김, 오강남 해제/김영사·1만8000원 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높은 곳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는 ‘신의 눈’을 의식했다. 인간은 초자연적 감시자를 믿었기에 행동을 조심하고 서로 협력하게 되었던 것이다. 레바논 출신의 캐나다 심리학자 아라 노렌자얀은 <거대한 신,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에서 이렇게 신앙의 기원부터 종교가 사회를 만들고 어떤 식으로 변화시켜왔는지를 추적한다. 책의 뼈대를 이루는 이슈는 8가지. (인간은) 보는 눈이 있으면 언행을 삼간다, 지옥은 천국보다 훨씬(!) 설득력이 강하다, 거대한 집단에는 거대한 신이 필요하다 등이다. 지은이는 진화론·인지과학·사회과학 등 통섭적 연구 결과를 종합해 신이 불필요한 세속 사회와 종교의 관계를 설명했다. 먼저 지은이는 ‘초자연적 감시자’라는 종교적 개념이 친사회적 교류를 낳아 ‘게마인샤프트’(공동사회)에서 익명의 거대사회인 ‘게젤샤프트’(이익사회)로 변화시켰다고 본다. 천국보다 지옥을 믿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에서는 범죄율도 낮았는데, 이는 처벌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용서하고 품어주는 허용적인 신보다 심판하는 신에 대한 믿음이 인간의 협력을 촉진해왔다는 얘기다. 반면, 종교의 ‘천국’ 개념은 개종자를 확보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기능했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흥미로운 부분은 각종 심리학적 연구다. 신앙인들은 자신이 남의 눈에 돋보일 수 있을 때만 친절을 베푼다, 기도를 할 때보다 예배 참석을 자주 할 때 ‘외집단’에 대한 적개심이 높아진다, 근본주의적인 종파에서 출산율이 높다, 한국처럼 규범이 엄격하고 문화적 긴장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종교적 성향도 강하다 등이다. 특히 정부가 부패하고 국민들이 불신하는 국가에서 ‘거대한 신’이 군림한다는 지적은 뜨끔할 정도로 예리하다. 자신의 삶과 안녕을 해치는 위협이 증가할수록 신앙심이 부추겨진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어느쪽일까? 학술과 대중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만큼, 강점도 한계도 뚜렷하다. 책이 미흡한 부분은 해제가 보충한다. 해제자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비교종교학 명예교수는 감시하고 처벌하는 종교는 미성숙한 종교라며 덧붙였다. “나만 천국에 간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런 ‘거대한 신’ 신앙조차도 제대로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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