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김영석 지음/열화당·1만8000원 재미와 품격을 함께 갖춘 기행서다. 지은이는 이탈리아 대사를 지낸 직업외교관 출신이다. 이탈리아 역사를 한줄로 꿰면서 각 지역의 유적과 문화가 어울린 풍광을 생생하게 더듬는다. 이탈리아 사회상과 사람들 이야기도 곳곳에 뿌려놓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데, <이탈리아 이탈리아>는 앎과 봄의 되먹임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실용성까지 더해 삼박자를 모두 갖췄다고 할 수 있을까? 반은 아니고, 반은 그렇다. 일정을 짜주고 팁을 건네주는 관광 안내용 참고서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별도의 책자나 인터넷 검색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여행의 첫 준비물로서는 이보다 더 낫기도 어렵겠다. 어디를 봐야 할지, 어떤 점을 유념해 볼지를 요연하게 정리해놓았기 때문이다. 가령, 본격적으로 기행이 시작되는 세번째 장 ‘로마의 교회들’을 보자. 대개 로마에 가면 교황이 머무는 산 피에트로 성당을 한 번 들르고 만다. 이 책에선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세운 로마의 주교좌 교회 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를 첫손가락에 꼽는다. 로마 주교가 곧 교황이다. 교황의 집전 교회가 바뀐 역사적 배경도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도 스무 곳의 교회를 로마 지형에 따라 찾기 쉬운 순서로, 또 각각의 교회가 자랑하는 유적·미술품에 대한 설명을 보태가며 훑는다. 그대로 따라가도, 입맛대로 빼고 더해도 좋을 기준점이 돼준다. 이런 식으로 이탈리아 20개 주 52개 도시를 품는다. 글 마감에 쫓겨 건너 뛰거나 스윽 스치고 만 대목이 꽤 있다. 빨리 다시 책을 열고 싶어 마음이 바쁜 희귀한 경험을 하고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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